“배우의 삶이 어렵지만 재미있다”
“배우의 삶이 어렵지만 재미있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1.2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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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숙

주요프로필

-1971년 충남 연기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연극학과 졸업

-안산문화재단 자문위원(현)

-안산시청년정책 자문위원(현)

-월피해피바이러스 대표(전)

연극이 좋고 배우가 꿈이어서 대학에 진학해 연극학과를 졸업했지만 극단 입단의 길은 쉽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연극학원에서 돈을 벌다가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10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전업 주부 시절에도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항상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료를 만났지만 지방은 정보에 한계가 있었다. 당시 안산문화재단 극단에도 들어갔지만 취미 수준이었다.

배우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로에서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힘을 얻어 5년 전 안산에서 ‘극단 이유’를 창단했다. 김종숙(47) 대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연극이 즐겁고 재미있다’는 김 대표를 현장 인터뷰했다.

-서울예대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충남 연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서울로 이사해서 자랐다. 서울 무학여중을 다녔다. 중학교 2학년 당시에 교과 활동 이외의 특별 활동을 위해 따로 조직한 특별활동반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서울무학여중에서 청소년연극제에 참여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 당시 스승이었던 김정만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정만 선생님은 한국교사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내셨고 현재도 각종 연극제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연극의 매력에 빠져 고등학교에서 직접 연극반을 만들어 연극대회에도 참여해 수상했다.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하게 됐다.”

-10여 년 동안 무대에 서지 않고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서울예술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극단 입단이 무산되면서 서울 소재 기획사 MTM의 연기지도를 맡았었다. 1997년 결혼하면서 아이들을 내 손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에 전념하면서도 동화 구연 자격증을 따서 학교에서 재능기부를 했다. 외부활동을 시작하면서 내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연극무대로 돌아온 특별한 동기가 있나.

“전업 주부였지만 잠재의식 속에 항상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자아를 찾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주부 시절에도 지방도시는 정보가 없어 대학로에 직접 나가서 동향을 살피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연극계 정보를 수집했다.

안산문화재단에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극단에도 참여해 봤지만 취미 수준이었다. 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로로 나갔다.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선후배와 동료들이 지방자치시대에 살고 있는 안산에서 극단을 만들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극단 이유’를 2013년 7월 창단했다.”

-지방도시에서 극단 창단이 쉽지 않은데.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배우가 꿈이었기 때문에 무대에 서겠다는 열망만으로 시작했다. 극단 이유를 창단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힘겨웠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동료와 선후배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서울 여의도에 있었던 연기학원 MTM에 근무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당시 MTM은 현재 서울예술종합학교의 전신이다. 극단 이유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예술 강사 프로그램이 MTM 시절에 배운 것이다.

연극 무대는 상설공연이 없어 배우들의 수입이 들쭉날쭉이다. 그나마 예술 강사로 활동하면서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현재도 월피동 성포중학교 맞은편 지하에서 배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

-명칭이 ‘극단 이유’로 독특하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극단 창단을 준비하면서 딸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당시 아이유가 가장 핫한 연예인이었다. 딸이 무심코 ‘아이유’로 하라고 하더라. 거기서 힌트를 얻어 ‘극단 이유’로 지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전업주부에서 아마추어 극단과 대학로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나오니 소속감이 없다는 현실에 공허함을 느꼈다.

배우 김종숙이 궁극적으로 무대에 서야 하는 이유와 서고 싶은 이유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배우는 모두 내려놓고 연극에 몰두하며 무대에 있을 때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배우로서 행복한 이유가 무대에 있을 때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극단 명칭을 ‘이유’라고 지었다.”

-‘극단 이유’ 대표이자 소속 배우다.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다. 극단을 창단한 이유도 배우가 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전업주부로 살아오면서 내 인생을 살고 싶었다. 대본만 손에 쥐면 행복하다.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지만 연극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 엄마와 아내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는 자신이 있지만 예술경영을 함께 해야 하는 중압감이 있다. 극단이 공연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 풀리지 않는 숙제다. 어렵지만 예술경영을 더 배워야 한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극단 이유’ 창단 5년째다.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선보였나.

“5년 전 창단 공연으로 ‘해뜨기 70분전’을 올렸다. 여자 2인극으로 대리모 이야기다. 주제가 무거웠지만 대본을 접한 순간 단숨에 끝까지 읽을 정도로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과 생계를 위해 대리모를 선택한 여성의 극단적 갈등을 담은 이야기다. 아이 엄마로서, 주부로서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그동안 벼랑 끝 인물3인이 잘 살아 보자와 자살의 의미를 함축한 ‘자살자’를 비롯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버스를 놓치다, 우리 하영이, 천년약속, 강세황 현정승집 재연 등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안내놔? 못내놔!’와 올해 7월 일본 현대 극작가 시미즈쿠니오 원작으로 여배우들의 애환을 담은 ‘분장실’을 안산예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했다.

아동극으로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다니는 공연도 하며 일 년에 서너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무대에 올린 연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올해 무대에 올린 ‘분장실’은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배우들, 유령이 됐지만 무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배우, 주인공이 됐으나 항상 불안감에 영혼을 잠식당하는 중년배우 등을 통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배우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분장실’은 서울예대 교수님이 연출을 맡아줘서 극단 이유가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극단 이유의 배우와 스텝들의 역량이 업그레이드됐고 공연 수준도 높였다.”

-극단 운영에 있어 무엇이 가장 힘든가.

“아무래도 근원적인 부분은 경제문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연습실 환경이다. 극단은 무대에 공연이 많이 올려 져야 한다.

관객과 배우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극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나마 문화광장 근처에 있던 소극장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소극장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원자를 찾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극단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극이 재미있다. 지방도시에서 극단을 이끌기가 아직 미숙하고 많이 어렵지만 연극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다.

연극 대본만 봐도 신나고 연습 들어가면 모든 잡념을 잊는다. 어려운 길이지만 버티는 원동력인 것 같다.”

-‘극단 이유’가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극단 이유가 마음대로 연습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생 자체가 무대 없는 연극이다. 주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창작공간이 있어야 한다. 작은 소망이자 꿈이다.

단원들과 딩굴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카페와 소극장이 있고 창고가 있는 창작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지만 꿈을 꾸고 있다.”

-찾아가는 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진로인성교육극 ‘퉁퉁이의 꿈’ 아동극을 만들었다. 부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다. 경기도의 찾아가는 문화 활동이다.

이 아동극은 친구들 괴롭히기를 좋아하던 퉁퉁이가 꿈을 찾고 친구들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극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극 ‘푸르미와 행복의 빛’도 공연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매우 좋아한다. 올해 공연 많이 다녔다.”

-‘깔깔깔’ 공연을 2년 연속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의 지역문화활동가 창조 프로그램 ‘다함께 깔깔깔’ 공모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됐다.

지난해는 중앙동 아트존에서 ‘극단 이유와 동네방네 깔깔깔’이란 주제로 공연했다. 지역 예술단체와 청소년이 협업한 공연으로 기획해 성공했다.

올해는 ‘올망졸망 깔깔깔’이란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어린이 위주로 기획했다. 중앙동 아트존의 야외 공연으로 준비했다가 날씨가 뒤따르지 않아 니코파파 실내로 장소를 옮겨서 열었다.”

-안산문화재단 ASAC공연예술제에 5년 연속 선정됐다.

“안산문화재단 공모사업에 매년 응모해서 얻은 결과다. 비오는 날을 비롯 우리 하영이, 버스를 놓치다, 안내놔? 못내놔!, 분장실 등을 공연했다.

극장 공연은 대관비와 무대장치 등으로 비용부담이 크다. 문화재단 공모에 선정되면 대관비와 공연비를 지원해준다.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고 더 노력한다.”

-연극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공연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재미가 있으니까 힘든 줄 모르고 한다. 연극이야말로 내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도 연기한다. 나와 남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공감하고 같이 호흡할 때 행복을 느낀다.”

-연극에 대한 열정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스스로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다. 언제나 내가 왜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처음에는 배우라는 명함을 내미는 것도 쑥스러웠다. 5년이 흐른 지금은 배우라는 명함을 떳떳하게 내민다. 이제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연극인으로서 잘하는 배우보다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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