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왜건(Bandwagon) 효과
밴드왜건(Bandwagon) 효과
  • 안산뉴스
  • 승인 2020.04.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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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행진의 맨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거나, 행렬을 선도하는 마칭 밴드((Marching band)가 타고 있는 마차를 일컬어 ‘밴드왜건’이라고 한다. 흥겨운 음악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빛낸 기생충 영화에서 반 지하 집에 등장했던 뿌연 연기도,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이 홀리듯 무리 지어 쫓아다니던 소독차도 굳이 표현하자면 소독왜건 쯤 되겠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행사를 일컫기도 하는 이 말은 대중심리의 표현으로, 남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다시 말해 다수가 선택했으니 좋을 거라는 믿음이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판단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결정이 나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해서 ‘효과’라고 한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청소년의 교복이라고 불리던 의류가 있다. 이 브랜드를 입어야 대화에 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청소년에게 대세였는데 문제는 고가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을 둔 가정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는데 상품의 레벨에 따라 계급을 부여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 더 높은 계급(계급이 올라갈수록 가격이 비싸짐)을 얻으려는 아이들 때문에 집집마다 갈등이 많았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롱패딩이 유행하면서 집집마다 필수 템이 되었는데 거리를 걷다보면 롱패딩 입은 사람보다 안 입은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 널리 퍼지는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안에, 관점과 입맛이 다름에도 집단의 취향에 따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왜곡이 자리하기도 한다.

예컨대 수백, 수천만의 회원을 둔 파워 블로거가 검은 거래를 통해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다. 신뢰로 만들어진 블로그로 인해 영향력이 커지니 업체의 제안이 들어오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공생을 모색하는 것인데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소비 형태를 기만했다는 것이 문제다.

놀랍게도 유행이라는 명사 속에는 전염병이 널리 퍼져 돌아다닌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 같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은 앞서 말씀드린 문화 현상 내지는 경제적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공동체의 목적인 연결과 관계, 참여가 위축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기록을 남길 것인가! 모이는 것이 불의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전염병이 지나간 후에 공동체가 회복될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이웃과의 거리를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처음 2주를 넘어 기약이 없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돌고 있는 전염병 와중에도 두 달째 방역을 진행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이 된 ‘일동경기행복마을관리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처음 코로나19가 시작되고 30번 째 환자가 나타날 때 까지만 해도 조만간 종식되리라는 기대가 컸고 평온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31번 째 확진자가 생기면서 오늘까지 패닉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게 되었지만 그날로부터 관리사들의 헌신적인 방역과 마을공동체 주민들의 일사불란한 연결이 시작되었다. 일동행복마을관리소의 제안과 상점가 사람들이 소속된 상점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방역은, 일정을 공유하여 순서를 정하고 겹치는 일정에는 서로 배려하며 순번을 조정해가며 진행됐다.

방역을 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통을 매고 방역 복을 착용하고 휴식을 반납해가며 고생하는 손길이 있어야 하는데 관리사들이 그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 시간까지 쉬지 않고 묵묵히 이어왔다.

나라가 어려울 때 마다 지혜를 보여주었던 성숙한 국민의식,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라 여겨져 감사한 마음을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이들이 속해 있는 SNS 방에서도 매일 칭찬과 감사, 감동의 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평생 남을 훈훈한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다. 방역으로 앞장서는 관리사 분들은 무리를 이끄는 신나는 밴드와 다름 아니다. 그 뒤를 따라 춤을 추고 서로를 토닥이며 따라 가는 밴드왜건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를 보면서 이 멋진 주민들과 더 열심히 마을에 물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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