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기획,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 안산뉴스
  • 승인 2020.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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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욱 안산 관광두레PD

‘기획’이란 뭘까. ‘디자인’이란 단어만큼이나 참으로 다방면으로 쓰이는 단어다. 광고 기획, 행사 기획, 문화 기획 등 기획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다양한 접두어에 붙어 참으로 다양한 분야가 펼쳐진다. 필자는 안산관광두레PD로 활동하며 지역관광을 기획하는데 이때에도 기획이란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디자인’이란 단어가 파생되어 다양한 직업군과 활동들이 나타난 것처럼 요즘은 ‘기획’이란 단어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과 직업들을 발견하곤 한다. 단어 자체가 가진 포괄적 성격 때문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우리의 삶 속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편으론 의미 없이 그저 쉽게 소비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때론 ‘기획’이란 동일한 단어임에도 결과물에 따라 ‘좋은 기획’, ‘아쉬운 기획’으로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사실 실무에선 ‘아쉬운 기획’보단 ‘구린 기획’이라고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곤 한다). 무엇이 ‘좋은 기획’이고 ‘아쉬운 기획’일까? 그전에 ‘기획’이란 무엇일까? 참으로 가깝고도 어려운 개념이다.

국어사전에선 기획이란 ‘일을 꾀하여 계획함’이라고 정의한다. ‘꾀하다’라는 뜻이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뜻하기에 정리하자면 기획은 ‘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그 계획’을 뜻한다. 그러나 여전히 설명이 명쾌하지 않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흔히 ‘사업기획서’라고 쓰지 않고 ‘사업계획서’라고 쓰지 않던가. 사업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계획에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음에도 이땐 기획보단 계획이란 단어와 함께 쓰인다.

휴가계획을 휴가기획으로 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굳이 휴가까지 노력해가며 필승(?)을 다질 필요는 없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육아계획은 왜 계획일까.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슬슬 필자에게 짜증이 날 법하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왜 일기를 일기장에 안 쓰고 공개된 지면에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건가. 이 또한 필자의 ‘기획’ 과정이니 참고 읽어주시라.

이렇게 풀리지 않는 질문을 갖고 있던 중 한 기획자 멘토로부터 명쾌한 답을 듣게 되었다. “기획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기획이란 단지 무언가를 계획한다는 걸 넘어 그 계획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일으킬 때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광고 기획’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변화’시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고, ‘행사 기획’은 참여자의 마음을 ‘변화’시켜 행사의 의도대로 움직이게끔 하며, ‘문화 기획’은 대중의 마음을 ‘변화’시켜 공통의 생활방식이 자리 잡게 한다.

그래서 기획에서 중요한 건 ‘타인의 변화’이다. 그렇기에 기획은 매주 조심하고 섬세해야 한다. 기획에 따라 타인을 좋은 변화로 이끌 수도, 좋지 않은 변화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획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직설적이고 강요된 기획보단 부드럽고 은유적인 기획을 더 선호한다. 보통 이성적 설득보단 감성에 작은 씨앗을 남기는 게 더 큰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고, 때론 강한 메시지가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선호의 문제일 뿐 좋고 나쁨의 영역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획이란, 사회를 선하고 이로운 쪽으로 이끄는 기획이고, 소수자와 약자의 메시지를 드러내고 대변하는 기획이고, 분열과 대립보단 공감과 이해를 낳는 기획이다. 내 나름대로 기획을 재정하자면 ‘좋은 기획이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아닐까?

좋은 디자인, 좋은 기획이 각광받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모두가 디자이너,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는 외침들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시장 혁신과 신산업의 도래를 위해서 그동안 외치고 있진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 모두는 기획자가 되어야 하고, 우리 모두가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가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관심과 배려’. 이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개념으로 우리 모두는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기획’, 참으로 가깝고도 멀기만 한 이 녀석이 오늘도 나를 괴롭히며 하루가 시작된다. 기획자로 살아가는 건 참 어렵지만 ‘좋은 기획자’가 될 것을 다짐하며 또 다시 기획자의 하루를 살아간다. 관심과 배려로 오늘도 좋은 기획자로 살아가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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