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놀고 또 놀고
마음껏 놀고 또 놀고
  • 안산뉴스
  • 승인 2020.04.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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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이렇듯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고먹었다. ‘먹고 대학생’이라는 말은 거기서 유래됐다고 들었다. 취업 준비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고 따위로 주구장창 쳐 놀고먹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른바 ‘놀고먹고’를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청년시절을 제대로 보냈느냐는 하는 것은 노는 방식을 제대로 아느냐 모르느냐와 동일한 질문이다. 선배 놈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대학의 기쁨은 노는 것에서 시작하여 먹고 마시는 것으로 진행하다 다시 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주입시켜주었다. 공부는 그 뒤라고 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말을 믿으시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막연하게 노는 것이 아니고 놀음 자체에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즉 시건머리 있이 놀아야 하고, 안목 있이 세상을 보면서 즐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말을 선배 시키들로부터 들었는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수업이 없는 날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닿는 데까지 놀며, 갤러그 하며 놀고, 본관 앞 잔디에 누워서 놀고, 여학생들과 아이스깨끼 하고 놀고, 탁구장 가서 놀았다. 노는 시간과 비례해서 나의 청년혼은 성장하고 있었는데 성장은 기쁨이고 환희였다.

놀고먹은 두 번째 이유는 민망하지만 내 기억력이 남보다는 좋을 것이라는 어이없는 착각을 했기 때문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첫 번째 보다 이 두 번째가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중간고사 성적이 전 과목 ‘에이’로 전모가 드러나자 착각은 거의 병 수준에 달했다 그것도 중병. 교수들과 맞먹으려고 어영부영하고 수업 시간에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등 시건방기가 줄줄 넘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자만에 해당한다. 자만 때문에 폭망한다는 것을 몰랐다.

한편 그 무렵 학과 급우들이 두세 패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이합집산하며 세포 분열하였는데 여러 번의 데모와 학생장 선거를 거치면서 지향점이 확인되자 이것들이 또래집단화 하는 양상을 보였다. 커뮤니티의 분화 현상인 것이다.

학생장 선거를 치른 후, 학생장에 당선된 녀석을 중심으로는 하는 패들은 우리와 대척했는데 낙선한 후보를 밀었던 나는 비주류에 속하게 됐다. 우린 견해와 주장을 달리 하는 녀석들과 맞짱 토론을 벌였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복수를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은 것인데 타인의 견해를 인정할 줄 알고,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친구들과의 토론에 등장시킨 주제는 시대가 시대니만큼 시국에 관련한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도요다 시스템이나 게임이론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것도 있어서 다양했다. 쪽바리 일본 누무 새끼들은 왜 우리보다 잘 사는가. 미국 코쟁이들이 지배하는 세계 경제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또는 진정한 보살의 정신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머리 아픈 주제도 다양성에 기여한 목록이었다. 학내 문제지만 이공계 단과 대학을 지방에 옮기는 것도 공돌이들에게는 현안이어서 토론의 장에 자주 올려 난장판으로 만든 주제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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