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와 혁신
조직문화와 혁신
  • 안산뉴스
  • 승인 2020.04.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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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조직문화란 조직의 핵심적인 정체성(core identity)을 형성해 주는 전통적인 가치, 신념,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무의적으로 공유되고 작용하면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기본적인 관리관행이다. 혁신이란 조직의 경쟁력과 성과 제고를 위해 구성원이 자신의 과업역할 또는 조직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 아이디어이고 이를 의도적으로 개발, 적용, 실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조직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직문화와 혁신은 상반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조직문화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의도적으로 촉구해야 하는 것이다. 즉,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무의식과 의도성의 대결이다. 만약 조직의 경쟁력을 갖고 싶다면 설령 뼈를 깎는 아픔이 있다 해도 의도적으로 강력한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최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보수 세력인 미래한국당이 참패했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는 패인을 혁신의 미흡으로 지적했다. 한국당 자체에서도 중도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혁신의 필요성을 이미 인식했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 1차 우파세력의 결집에 이어 혁신의 새집인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걸었다. 그런데 중도성향의 국민은 그건 혁신이 아니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국민이 바라본 혁신성의 잣대는 1차 자신 지역의 대변자를 결정해 주는 당의 공천이다. 공천의 성적표는 혁신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21대 공천에서도 과거와 같이 잡음이 많았고 합리적이지 못했다. 과거 전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게 한 공천의 뼈아픈 교훈을 망각하고 또 다시 매너리즘에 빠져 조직문화에 귀의했다. 국민 뜻은 문 정권의 3년 간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아직 신뢰할 수 없다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조직의 성과를 조직의 체계와 과정에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당은 새집을 올리면서 국민 앞에 혁신의 비전을 제시했었다. 국민은 특히 중도세력은 변화를 기다리며 지켜봤다. 하지만 한국당의 조직체계와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파열음은 결과적으로 기대에 부응치 못했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와 조직 내부에선 그래도 이 정도면 혁신의 노력을 기우렸다고 판단하며 총선의 승리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조직 문화의 속성은 자신도 모르게 혁신 의지를 희석시킨다. 마치 머리의 가르마가 길들여져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처럼 조직내부에선 스물 스물 퇴색되어가는 혁신을 감지 못하고 과거 조직문화의 속성대로 회귀되었을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혁신 정도의 기준이 조직내부와 국민 유권자 사이에 온도 차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휘자 파가니니는 애초 바이올린니스트로서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시력이 나빠 새로운 악보를 받으면 자신의 악기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전체악기를 외워서 연주하곤 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지휘자가 연주 한 시간을 앞두고 사고가 났다. 연주를 취소할 수 없는 상황에 대신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악보를 외우고 있는 파가니니가 추천받게 되었고 이 때 지휘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혁신의 강력한 의지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혁신의 비전 아래 전략적 조직체계와 과정을 수립하여 착실히 실행에 옮길 때 국민은 진정 신뢰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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