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총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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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뉴스
  • 승인 2020.06.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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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자치를 열망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주민자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강화.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대의가 몇몇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평이 나쁜 것은 보고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되면 직무유기라 하겠다. 이런 사람들에게 4년 동안 월급 챙겨 주느라 세금 낸 국민들만 처량하게 됐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통과를 당부했다는데 상정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여당의 전략 부재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서로 잡아먹는 법안도 아닌데 무조건 반대하고 싸우다 이렇게 허무하게 퇴장하면 그만인가! 떨어진 사람들이야 짐 싸서 나가면 그만이겠지만 방해하고도 당선된 사람들을 4년 동안 또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6월. 지나간 일이야 묻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주민자치회 시간표에 따라 주민의 의견을 여쭙고,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찾고, 해결할 방법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민총회’ 일정을 정했다.

주민총회란, 주민들이 정책을 개발하고 순위를 정해 결정권까지 행사하는 주민참여의 한 형태다. 주민의 제안과 토론을 거쳐 의제를 정하는 직접 참정 제도로써 정해진 사업에 대해서는 행정 지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민들이 모여 제도를 개선하고 법률도 바꿀 정도로 활성화 되어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도 주민자치회나 주민참여예산 등에, 합의를 바탕으로 한 총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주민총회의 모범 사례로 평가 받는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는 일 년에 한 번씩 주민 모두가 광장에 모여 투표를 하는데 주민들은 안건에 대해 자유로운 찬반 토론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직접 투표를 통해 자치단체 대표 선출이나 예·결산안 등을 심의, 의결하며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입법 효력을 부여해준다.

주민의 의견이 법안이 되는 직접 민주주의이다. 광주에서도 매년 총회가 열리는데 처음 단계로, 마을이나 학교 등 10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정책을 제안하고 의제를 선정하는 회의인 민회를 열고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시민제안 정책으로 채택된다. 정해진 다수의 의제를 꼼꼼히 살펴본 후 우선 순위 투표를 하고 정책 발표와 토론을 거친 후 정책을 검토하여 시민총회에 올린다.

필자도 참여해 봤는데 상당히 민주적이고 시민정치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이야기가 대전을 바꾼다’는 누구나 정상회담도 좋은 사례다. 대화 주간을 정하고 지역 곳곳에서 그룹으로 모여 시간이나 장소, 형식 제한 없이 16일 동안 누구나 정상회담 이름으로 대화모임을 개최한다. 대화 모임에서 발굴된 의제는 시민공약으로 실제 공약에 반영하는 협약을 맺는다.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가 마을을 바꾸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도 2016년 마을계획을 시작하면서 사람을 찾고, 마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분과를 구성해 의제를 만들었고 3155개의 설문과 709개의 의제를 냈다. 마을 축제 때는 주민과 행정, 중간지원조직이 협약을 통해 협의회의 밑그림도 그렸다.

연말에는 300인 원탁회의를 통해 마을 슬로건과 35개의 핵심 의제를 선정한 후 지금까지 공모사업과 재능 나눔, 캠페인 활동을 통해 상당한 정도의 성과도 만들어냈다.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헌신적으로 활동한 주민들이 많고 주민역량도 높아졌다. 그런 과정에 올해 주민자치회로 전환 되면서 내년도 예산 편성에 반영될 마을의 현안을 발굴하는 첫 활동으로, 주민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거, 마을계획의 설문 조사처럼 최대한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주관식의 깊이 있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심사숙고했고 가급적 많은 주민을 만나서 의견을 듣고 있다. 일동의 주민자치회를 바라보는 전국의 시선들이 많이 있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치의 밑그림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자치의 바다까지 흘러가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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