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코로나 시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0.06.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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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민사회연대 코로나19 토크쇼에서 제기

“학원 강사로 초등학생 토론수업을 하고 있어요. 고3 수능 대비 과외 수업도 같이 하고 있고요. 여러 가지 수업을 해야 먹고 사는데 코로나 여파로 10분의 1 정도로 수입이 줄었어요. 비정규직이어서 여러 정책에 대한 혜택을 받지도 못해요.”

30대 여성의 비정규직 학원 강사의 푸념이다.

“공항 VIP 라운지에서 일하고 있어요. 파견직이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코로나19 이후 공항은 인력 감축에 들어갔고, 무급휴직으로 버텼지만 단체 카톡방에서 해고통지를 받았어요. 당장 생계유지에 대한 걱정으로 너무 답답해요.”

20대 여성, 공항에 근무하는 파견근로자의 하소연이다.

현재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침체와 실업위기, 고용대란 등 각종 사회문제들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책을 내놓고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노동자, 서민들이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안산 지역에서 다양한 계층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증언 등을 취합하기 위해 28일 협동조합 카페 ‘마실’에서 ‘코로나 시대 삶과 노동’이라는 주제로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안산시민사회연대와 안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회위원회가 주최한 코로나 토크는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예술인, 가사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해 자신의 현실과 경험들을 공유했다.

이어 반월시화공단의 영세제조업 노동자들의 사례를 전달하기 위해 시흥노동자지원센터 박희정 센터장, 이후 정책적 과제로 추진하기 위해 김태희 안산시의원도 참여했다. 김 의원은 안산시의회 코로나19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최한솔 노무사의 진행으로 사례 증언이 이어졌다. 안산 가정관리사 사회적협동조합에 소속돼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가사노동자는 일의 현장이 가정이다. 한 동료가 코로나 이후 고객 가정으로 일하러 갔는데 수도꼭지를 직접 올려주며 손부터 씻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부인이 집으로 들어온 상황에서 위생 문제가 민감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우리도 깨끗하게 신경 쓰고 출근했는데 마치 병균 옮기는 것 같은 시선 때문에 마음이 슬펐고 일 안가고 싶어지더라.”고 전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B씨는 “예술인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싶지만 대부분 프리랜서 또는 개인사업자 입장이라 지원책들이 존재하더라도 행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증빙하기 어려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투잡을 고민하거나 창업 초기 피해사례가 많다. 행정에서도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지원 방식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4년 10개월 된 이주노동자 C씨는 “기존에도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시간과 타지 생활에 힘들었는데 코로나 이후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에 숙소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없도록 통제 받았다. 임신 상태라 병원에 가야함에도 이동을 통제해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희 의원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어렵지만 그나마 보편적 복지로 시행된 재난지원금이 실제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피해사례는 계속되고 있어 시의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해 특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안산시민사회연대 관계자는 “첫 시도였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시민사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출발의 자리가 된 것 같다. 후속 활동을 준비해 물리적 거리는 두지만 시민들 간 마음의 거리는 좁히는 과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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