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정원은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0.06.1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현 푸르네 대표정원사

주요프로필

-1969년 경기 포천 출생

-(사)푸르네정원문화센터 이사장(현)

-(사)한국원예복지협회 이사(현)

-산림청 정원 정책자문위원(현)

-한국마스터가드너협회 부회장(전)

-경기도 마스터가드너협회장(전)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한다’는 신념으로 시작해 ‘정원, 일상의 놀이가 되다’를 넘어 ‘정원에 문화를 입히기’ 위해 27년째 정원 일을 해오고 있는 인물이 있다.

안산에서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마을정원만들기 사업을 총괄 진행한 이후 일동 마을정원만들기까지 스며든 ‘푸르네’의 이성현(51) 대표정원사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정원사는 정원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원문화에 관심이 없던 시절부터 전력투구해왔다.

정원문화를 디자인하는데 올인해온 푸르네의 이 대표는 관련업계 최초로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했고 정원 분야에 ‘가든 볼런티어’ 개념도 처음으로 도입했고 어린이 정원전문브랜드 ‘키든’을 탄생시켰다.

정원에 문화를 얹기 위해 요즘 음악은 물론 미술과 반려동물, 전통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이 대표다.

이 대표는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간격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이오(IO)’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보다 깊은 정원 놀이의 안내자가 되기 위해 50일간의 국내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이름보다 ‘정원친구 이오’로 불리는 것이 좋다는 이 대표를 안성 회사로 찾아가 현장 인터뷰했다.

-‘푸르네’는 어떤 회사인가.

“‘푸르네’는 ‘정원. 일상의 놀이가 되다.’를 가치로 정원을 대하는 다양한 정원사들이 모인 회사다. 정원을 디자인하고 시공하고 ‘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고 정원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푸르네 초창기 10년은 정원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원이 생활을 디자인한다’는 모토 아래 각종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다. 그 후 10년 동안은 ‘정원, 일상의 놀이가 되다’로 정원의 새로운 역사를 써 왔다.

현재는 ‘쉽고, 편리하고, 재미있고’ 세 가지를 키워드로 정했다. 앞으로 세 가지를 어떻게 안내할까 고민하고 있다.

정원 업계에서 27년 동안 일했다. 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잠시 회사를 쉬면서 7월초 50일간의 국내여행을 떠난다. 정원분야에서 안식의 의미로 떠나는 이번 여행은 ‘쉽고, 편리하고, 재미있고’의 세 가지를 키워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려고 한다.”

-행복한 정원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1996년 당시 용인 소재 화원과 서울 꽃도매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물론 분재와 난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

당시 손바닥정원 콘테스트 신문기사를 보고 정원전문회사 ‘가든하우스글로리’ 홍경숙 대표와의 인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원예연구가이자 현재 남해 원예예술촌 회장을 맡고 있는 홍경숙 회장이 첫 번째 멘토다.

홍 회장이 그 당시 학생으로 입학한 저를 바로 직원으로 채용했다. 홍 회장 밑에서 정원디자인과 정원문화,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정원콘텐츠를 경험하면서 정원사의 길을 걷게 됐다.”

-‘푸르네’의 대표정원사가 되기까지 멘토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홍경숙 회장이다. 홍 회장 슬하에서 2년 동안 일하며 많이 배웠다. 홍 회장과의 1996년 인연은 저에겐 운명이었다.

한마디로 귀한 스승을 만난 것이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했는데 첫 번째 기회가 온 것이다.

홍 회장이 당시 손바닥정원연구회를 통해 아무도 관심이 없던 정원문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정원은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땅이 있으면 정원을 가꿀 수 있다는 뜻이다.

원예연구가 홍경숙 스승은 그 시절 경기도 광주에 정원과 카페, 교육장 등을 갖출 정도로 마인드가 앞서 있었다. 제가 정원사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좋은 멘토와 멘티가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멘토를 하고 싶다.”

-‘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바탕이 된 ‘한국치료정원연구센터’ 개원 배경은.

“건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원예치료 관련 공부를 하면서 송기철 교수를 알게 됐고 원예치료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치료정원연구센터가 법적 지위가 없는 연구센터였지만 원예치료를 만나면서 정원에 대한 철학을 갖게 됐다.

원예치료의 중요성을 느끼고 어감이 좋지 않은 ‘치료’ 명칭을 ‘문화’로 바꾸고 ‘정원문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치료정원연구센터가 정원문화센터로 바뀐 것이다. 이 때부터 일반 봉사자 ‘가든 볼런티어’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정원문화축제 동참이 ‘푸르네’의 제2도약인가.

“그렇다. 정원은 눈으로 보기 위해서 디자인하고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놀이가 되고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건국대 평생교육원의 원예치료 강의 당시 해운업을 하던 김욱균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께서 ‘너싱홈그린힐’이란 요양원 정원을 꾸며달라는 제의를 받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김 대표와의 인연은 홍경숙 회장에 이어진 제2의 행운이었다. 서울에 공간을 제공해줘 ‘푸르네’가 정원문화를 확장하는데 커다란 혜택을 받았다.

문화는 경험하는 것이다. ‘푸르네’의 앞으로 10년은 정원을 통해 공동체를 연결하는 것이다. ‘푸르네’가 안성의 ‘장미피는 마을’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하다. 안성의 ‘장미피는 마을’을 향후 오픈 가든으로 만들어 민간정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정원 분야에 ‘가든 볼런티어’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정원 분야에 ‘가든 볼런티어’ 개념을 도입한지가 벌써 12년 정도 됐다. 정원문화축제에 동참하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 운영하기 시작했다. ‘가든 볼런티어’는 사회적 약자의 기관들에게 정원을 가꿔 주는 자원봉사를 한다.

봉사자들과 함께 매년 6월 6일 ‘꿈꾸는 정원’ 등의 무료 정원을 꾸며 기부한다. ‘푸르네’는 기술적인 봉사를 한다.

‘가든 볼런티어’는 회장이 별로도 있다. 내년부터는 ‘푸르네 가든 볼런티어회’로 명칭이 바뀐다. 이제 ‘푸르네’와 별개로 전국에 정원봉사 가치와 방법에 동참하면 ‘푸르네 가든 볼런티어회’로 부르자는 취지다.”

-정원 분야 비영리 사단법인 1호 ‘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설립 의미는.

“푸르네정원문화센터는 치료정원연구센터가 시발점이다. 민간인이 정원 분야에서 문화 활동을 펼쳐 산림청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푸르네정원문화센터의 사단법인 이후 현재는 몇 개의 사단법인이 만들어졌지만 첫 번째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푸르네정원문화센터는 현재 ‘가든 볼런티어’와 학습을 위한 ‘해외 정원여행’ 등 다른 법인들이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이 정원전문브랜드 ‘키든’이 푸르네 1호 브랜드로 탄생했다.

“‘푸르네’가 그동안 서울정원박람회는 물론 부산도시농업박람회, 경기정원박람회 등에 참여해 왔다.

정원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원문화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왔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문화이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린이들에게 정원문화의 산 경험 기회를 주기 위해 정원문화박람회를 할 때마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꼭 병행했다. 안산에서 열린 경기정원박람회 당시 ‘푸르네 꼬마 정원사’도 선보였다.

푸르네 꼬마놀이 정원사 프로그램을 유치원 대상으로 특화개발하면서 정원문화콘텐츠를 확장한 것이다.

어린이 전문 정원사 ‘키든’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키든’은 2017년 4월 어린이 정원 전문 브랜드로 발표됐다.”

-‘푸르네’가 전국 네트워크를 추진했다가 접었는데.

“‘푸르네’가 5년 단위로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회사를 꾸려간다. 회사가 2기에 접어들었을 때 구미, 광주, 대전에 지사를 운영했었다.

그 때만 해도 사업 경험이 없고 얕은 생각에 전국에 지사를 만들면 노후준비가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착각이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명감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역 업체와 손을 잡고 일을 해보니 시공 품질유지에 어려움이 뒤따라 2년 뒤 곧바로 모든 지사를 접었다.”

-그동안 정원 관련 책을 여러 권 출간했다.

“정원사업을 해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과 정원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 책을 출간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 ‘정원 사용설명서’와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이 대표적이다. ‘정원 사용설명서’는 정원문화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어떻게 정원을 활용해야 하는지, 정원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정원이 있는 삶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담았다.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은 코비즈건축협동조합 정상호 대표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동갑내기 건축사와 정원사가 의기투합해 세상에 선보인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은 건축과 정원은 전체를 하나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푸르네’가 5기 성장과정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푸르네’는 정원박람회 동행자이자 테마정원사업, 어린이 정원 전문브랜드 ‘키든’ 정식 발표, 정원 국제심포지엄, 소상공인 정원학교, 서울로즈클럽 등의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외적으로 뭔가 성과를 이룬 것 같지만 내적으로 보면 갈 길이 멀다. 기틀을 마련한 정도다. 현재까지 실험적인 것이 많았다. 이제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정원의 가치와 철학을 구현할 인재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늘 정원문화 확산에 배고프고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정원에 음악과 미술, 반려동물, 전통 문양 등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도입하고 싶다. 공부 중이다.”

-안산에서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마을만들기 사업을 총괄 진행했다.

“안산은 세월호사건 이후 도시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었다. 화랑유원지를 중심으로 2017년 열린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당시 인근 고잔동 마을이 정원을 통해 소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경기정원박람회를 통해 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은 일동과 인연을 맺어 일동 마을정원브랜드 ‘정감톡톡’이 탄생했다. ‘정감톡톡’은 준비된 일동 마을 주민들의 무한신뢰에 콘텐츠 하나 더한 것이다. 마을 정원이 마을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푸르네’의 사명과 앞으로 비전은 무엇인가.

“정원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정원이나 공원에 나무와 꽃을 심으면 다 됐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명은 사람들이 정원을 잘 만나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원이 일상의 놀이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비전은 일의 깊이를 만드는 것이다. 정원을 제대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깊은 생각을 위해 50일 정도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여종승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