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총회2
주민총회2
  • 안산뉴스
  • 승인 2020.06.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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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과거,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 일처리에 반영된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예컨대 관공서를 만드는데 주민이 참여했다거나,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 없다. 행정의 영역은 마치 치외법권처럼 구분되어 있어 범접하기 어려웠다. 인지상정으로 주민들은 협력이라 생각했다면 행정은 월권으로 생각했으리라. 따라서 주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민원 정도인데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마을 활동 그거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거 아닌가요?” 주민들을 만나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내가 낸 의견이 반영될까요?” 동정자문위원회로 대변되던 시절에는 마을의 유지(有志)이거나 재력을 가진 소수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고 그 후 주민자치위원회로 전환하면서, 실제 하지 않는 권한에도 마을의 선임 단체의 위치를 자처하면서 스스로 빅 마우스가 되었다.

선거로 선출된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아는 사람 몇 안 되는데도 마을의 대표인 것처럼 행세했다. 사실 권한이랄 것도 없는 것이 행정이 바라보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자문기구다. 말이 좋아 자문기구지 행정 보조역할을 담보하기 위한 수사(修辭)에 다름이 없다. 동장이 임명하고, 행정복지센터 프로그램 운영, 수익 사업을 해서는 안 되며 대표성과 전문성이 없는 친목 모임이라 해도 무방하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치가 그러한데 최근,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실질적인 자치 기구이자, 마을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여 마을 현안 사업을 발굴하고 마을계획,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의제를 정하고 실행하는 주민대표 의사결정 기구인 주민자치회는 행정과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며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민의 의견을 담아낼 것인가! 전국에 있는 주민자치회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의 생각을 담기 위한 주민총회를 실시하고 있고 눈에 띄는 성과들도 만들어내고 있는데 주민의 의견이 모아지고 반영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필자의 동네도 지난 5년의 과정을 거치며 의제들을 만들어내고 실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부족했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주민들과의 친밀한 만남이 많아지면서 소통이 생겼고 수다 떨 기회가 많아졌으며 여세를 몰아 본격적인 수다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수다가 가진 장점은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되고 그것을 잘 정리해 놓으면 마을기록이 된다.

수다 모임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관련 있는 분들을 모신다. 안전에 대한 이야기라면 행정, 파출소 등의 관계자가 참석하고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라면 관련된 일자리 정책과나 구청에서 참석한다. 그래야 피드백이 가능하고 일처리 또한 빨라진다. 가능한 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도 담당자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된다.

주민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 주민의 손으로 만드는 주민총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또 10번의 수다모임을 만들었다. 모든 주민의 의견을 다 들을 수는 없지만 수다 모임을 홍보하고 관심 있는 주민들을 모아 두 달에 걸쳐 열띤 토론을 진행하게 된다.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며 찾아다닐 것이고 행정과 정치인, 전문가의 도움도 요청할 것이다. 오랜 고민 과정에 10개의 주제도 정했다.

골목경제 활성화, 방문객이 머무는 상가거리, 노인의 건강한 삶, 다문화와 함께 하기, 재미있게 놀며 주민 만나기, 주민이 만들고 즐기는 마을 축제, 청소년이 행복한 마을, 노약자가 걷기 좋은 길 만들기, 쓰레기 없는 마을 자원순환, 안전하고 걷고 싶은 차 없는 거리 만들기다. 주민자치회는 일 년에 1회 이상 주민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그 이유가 주민이 정한 의제를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수다를 통해 좋은 의제와 자치의 역량이 축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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