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허그(Hug)’를 허(許)하라
우리에게 ‘허그(Hug)’를 허(許)하라
  • 안산뉴스
  • 승인 2020.06.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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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1970년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악명 높은 정책을 시행하였다. 차우셰스쿠는 먼저 피임·낙태를 금지하여 낙태 시술을 하는 사람부터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자, 피임 기구를 수입하는 사람까지 전부 죽였다.

그리고 가정마다 의무적으로 네 명의 아이들을 두게 하여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금욕세라는 세금 부과와 함께 취업에서부터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었다. 여기에 일부러 임신을 회피하는지 감시하고자 ‘월경 경찰’을 운용해 감시했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 출산율은 증가시켰지만 수많은 부작용도 함께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생활 유지를 위해 낳은 아기들을 방치하거나 혹은 시설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당시의 탁아 시설은 수용된 아기들 대비 직원 수가 현저하게 적어서 아기들은 제대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가 없었다. 보육은 단지 아기 침대에 우유병만 매달아두는 수준이었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애정의 보살핌은 받을 수가 없었다.

아기는 따뜻하게 안아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며 사랑스럽게 눈을 맞추어야 제대로 자랄 수가 있다. 아기는 자주 만져주지 않으면 뇌 발달 과정에 변화가 생겨 IQ가 낮아지거나 체구가 작아질 수 있고, 어딘가를 멍하게 쳐다본다든가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대는 습관적이고 만성적인 정서장애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아이의 양육이 단순히 음식의 배급만이 아닌, 신체적 접촉을 통한 애착 형성이 동반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예수가 활동했던 당시의 중동 지역에서 문둥병은 하늘의 저주로 여겨진 병이었다. 문둥병이 걸리게 되면 그들은 사는 곳에서 쫓겨났으며 결코 사람들 근처로 가까이 갈 수가 없었고 그들이 나타나게 되면 사람들은 그들에게 돌을 던졌다.

또한 그들이 거리를 지나게 될 경우 그들은 스스로 ‘여기 문둥병자가 지나간다’라고 소리쳐 스스로를 고립시켜야만 했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 단지 말씀만으로도 죽은 자를 살릴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예수는 병 고침을 위해 그에게 온 문둥병 환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대어 치료한다. 예수는 알았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육신의 문둥병 치료와 함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을 저주하고 유폐시켰던 그의 영혼 역시 치유가 필요했음을. 그래서 예수는 존재만으로도 몸서리치며 아무도 다가가지 않던 메마른 그의 몸에 손을 얹었던 것이다. 예수는 그렇게 맹인의 눈을 직접 만졌으며, 칼을 맞아 귀가 떨어진 사람의 귀를 만져 치료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부모들은 예수가 직접 만져주기를 바라고 자기의 자녀들을 예수에게 데리고 왔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종교적 행위가 아니더라도 사람 간의 스킨십이 주는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되었다. 포옹은 정서적 유대감과 친밀감을 촉진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을 뇌에서 분비시킨다.

반면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이 감소되어 스트레스가 감소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몸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안정감과 함께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 완화되며 우울증 완화와 함께 혈압을 낮춰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같은 스킨십의 효과는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1958년 헤리 할로우 박사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애착 실험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실험은 비록 동물이라도 단지 먹을 것만이 아닌 부모와의 신체 접촉이 양육의 기본 조건임을 확인시켜준 실험이었다.

코로나는 사람들 간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시켜 버렸다. 악수는 물론이고 포옹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일이 되어 버렸다. 본래 악수는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빈손을 보여주는 제스처에서 발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악수 대신 주먹이나 팔뚝을 부딪치며 인사를 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나는 너에게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으며 너 또한 나에게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으니 서로 믿지 말자’라는 것에 대한 확인에 다름 아니다. 아, 언제쯤이나 우리는 온기 있는 포옹을 다시 나눌 수 있을까.

하늘이시여,

부디 우리에게 허그를 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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