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 안산뉴스
  • 승인 2020.07.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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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안산시청소년재단 대표이사

한 달 여만에 글을 쓰면서 ‘취업’ 관련 글을 맺고자 한다.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래된 서류와 사진들을 꺼내 뒤적여 보았다. 서랍 바닥에서 학창시절 취업 통지서들이 누덕누덕 묻어 나오는데 취업이 바늘구멍 같던 시절 기아, 효성, 삼성, 서광, 롯데, 한전에 입격됐던 때가 나에게 분명 있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당시를 생각하니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통지서를 받고 기뻐했던 일과 동문수학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면서 기억 저편에서 올라온다. 이 대목에서 혹여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질문해주기 바란다.

나의 선택은 롯데그룹이었다. 긴 생각을 하다가 선택했던 곳, 롯데는 본디 사랑에 힘겨워하다 권총 자살한 친구를 위해 요한 볼프강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나에게는 200년 전 젊은 베르테르가 사랑했다는 독일 여인 ‘샤롯데’에서 취업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아무런 힘도 근거도 이유도 없지만 졸업한 이후 나는 단박에 롯데와의 애증의 인연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우리는 편의적으로 운명이라 부른다.

첫 직장 롯데그룹중앙연구소, 그때의 선택이 옳았을까.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난 당시의 내 판단을 전적으로 믿는다. 그러나 명색이 재벌회사를 들어갔으면서 등기 이사 한번 해보지 못한 점은 후회되는 점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프로스트가 잣나무 숲속에서 길게 바라보았던 길을 나에게는 말하자면 ‘선택하지 않은 회사’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떠올려 보는 곳이 코펙, 삼성, 기아, 방송기자 등 선택하지 않은 곳이다. 그 중 오랫동안 미련이 남아있던 곳은 코펙이었다. 만일 그것을 선택했더라면 그 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조직의 등기 이사나 전무 사장은 해먹었을까. 그것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심정으로 프로스트의 글을 음미하고 있지나 않을까. 나는 여기서 세상의 모든 선택은 후회를 낳는다는 말을 꺼내고 싶다. 나 스스로의 위안과 합리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로스트도 잊지 않고 우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세월이 꽤 흘렀다. 첫 직장을 떠난 이후 영욕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치욕’을 말한다면, 에 우선 춘천 석사동 건설현장에서 공사판 관리도 했고 전남 장성에서 제조업에 손대다가 쫄딱 망해도 봤다. 김포 소재 골판지 박스회사에 투자를 해서 ‘한 방’을 노리다가 왕창 날렸는데 소위 재벌그룹 기획실장 출신이면서 당하려니까 출자금과 차입금을 구별할 줄도 몰랐다.

모범사원상으로 받았던 금반지 은반지 팔아도 보았고 지인 회사에 10억 보증을 서 준 것도 모자라 수년을 ‘재능봉사’하여 회사를 일으켜 세웠는데 막판에 쌍욕하며 멱살 잡고 소송한 적도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토사구팽이라고도 불러주었다. 난 그 인간에게 지금도 이를 갈며 복수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당 대표 보좌관을 맡으면서 활동 반경을 상하 좌우 전후로 넓혔고 언젠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해서 베스트 파이브로 평가받기도 했다. 영욕 중의 가슴 벅찼던 ‘영광’에 대해서는 설명 생략한다. 남에게는 관심 없는 지루한 취업 이야기 마친다. 끝내고 나니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과거를 회상한 것 같다. 꼰대가 된 느낌이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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