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중심의 의회를 운영하겠다”
“상임위 중심의 의회를 운영하겠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0.07.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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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안산시의회 의장

주요프로필

-1965년 전남 신안 출생

-안산시의회 6·7·8대 의원

-시화지구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전)

-시의회 세월호참사대책특위 위원장(전)

-해남여자중학교 교사(전)

 

8대 안산시의회 후반기 의장단이 선출됐다. 시의회가 최근 임시회를 열어 후반기를 이끌 신임 의장으로 박은경(55) 의원을 선출했다.

시의회가 박은경 의장 선출로 최초 여성의장이 탄생된 것이다. 박 신임 의장은 시의회 최초 지역구 3선 여성의원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지역구 최초 3선 여성의원과 최초 여성의장이 된 박 의장은 1년 6개월 전 안산뉴스와 인터뷰에서 의장 후보군 질문에 대해 ‘자리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때를 기다리겠다’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박 의장은 다수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쫓아 시의회 후반기 의장 후보로 나서 수장 자리에 올랐다.

시의회 최초 여성의장 자리에 오른 박 의장은 ‘최초 여성의장’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한다.

처음 시작하는 길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른다는 박 의장은 상임위원회 중심의 의회 운영과 당정협의회 정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의회의 정책연구 활성화를 위해 정책협의회 정례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숫자정치보다 토론과 협상이 있는 의회운영이 목표라는 박 의장을 현장 인터뷰했다.

-안산시의회 최초 여성의장이 됐다.

“전반기 의회를 무리 없이 이끌어온 김동규 전 의장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의장 후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의원과 의정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 의원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의장이라는 자리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함께 경쟁했던 동료 의원에게 너무 감사하다.

민주당내 의장 합의추대는 다행이었지만 사실 ‘최초 여성의장’이라는 수식어는 엄청난 부담이다.

어떤 길이든 처음 시작하는 길은 발자취 자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사람들의 지표가 되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여성 의장이라는 타이틀은 행운이기도 하지만 마음이 무겁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최초 여성의장 역할을 맡은 만큼 주위를 살피며 의회가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

-시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전반기 의장 빼고도 3선의원이 2명이나 더 있다. 의장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 맘고생이 많았을 텐데.

“더불어민주당 내에 저를 포함해 김동수 의원과 나정숙 의원이 3선의원이다. 세 분 모두가 의장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의회는 다수당이 의장 후보를 내는 것이 관례다.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당연히 의장 후보를 내기 위해 준비해왔다.

의장 선출 직전까지 합의 추대가 어려워지면서 경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정 선출을 앞두고 저와 김동수, 나정숙 의원과 김동규 의장 등 4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경쟁자였던 김동수 의원이 저를 의장 후보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경선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의외의 제안으로 당혹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김동수, 나정숙 의원에게 너무 감사하다.

선출직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의장 선출 과정을 통해 투표로 마음을 얻는 일이 쉽지 않음을 또다시 뼛속깊이 체감했다. 저에게 의장 자리를 흔쾌히 양보해 준 두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시의회 최초 여성의장에 도전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나.

“3선의원이 되고 의정활동을 해 오면서 그동안 의회 내에서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재선의원이 되고 7대 후반기부터 지지자들에게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8대 의회에 입성하고 3선 의원으로서 의장 역할이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성원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했다.

의장은 저에게 의정활동의 마지막 ‘역할 시험대’라는 생각이 스쳤다. 의장은 의원들에게 신뢰와 존중 등으로 합리적인 과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동료 의원 21명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었다.”

-시의회 최초 지역구 출신 3선 여성의원이다. 어려움을 꼽으라면.

“우리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되면서 기초의회도 시작됐다. 기초의회 부활 당시 의회는 100%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다.

현재도 여성이 지역구로 도전하기보다는 비례대표를 거쳐 지역구 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저도 2006년과 2007년 지역구에 도전했다가 두 번에 걸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도전 삼수 만에 의원이 됐다.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이 반신반의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역할에 덧입혀져 있는 고정관념 때문에 어려웠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의정활동에서 여성의 섬세함과 온화함, 지혜로움으로 의정활동을 펼쳐 주민들에게 신뢰를 다졌다.

여성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끈기와 은근함의 힘이 어느 정도 인정받는 사회가 됐다. 이제 여성도 의원활동을 펼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역구 출신 여성의원 진출이 아직 많지 않은데.

“제가 10년 전 지역구 의원에 도전할 때만 해도 타 지역구에 여성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정치문화풍토가 여성들에게 열려 있지 않았다.

여성 역할 자체가 존중받기보다는 보조적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초선 도전 당시 비례대표 출마를 제안받기도 했다.

비례대표 제안 당시 두 번의 낙선 경험이 있어 실패하는 엄마로 남기 싫어서 흔들리기도 했다.

평범한 이웃으로서 정치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추천이 거의 확정 단계까지 갔지만 지역구 도전을 선택했다.

당시 지역구 도전 선택이 옳았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비례대표를 선택했다면 아마도 지역구 최초 여성 3선 의원과 여성의장 타이틀은 없었을 것이다.

기초의회 지역구도 점차 여성의 무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여성들도 과감한 도전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8대 시의회에 비례대표를 포함해 여성의원이 7명으로 30% 수준이다.

“시의회에 저를 포함해 나정숙, 주미희, 현옥순, 이진분, 이경애, 김진숙 의원 등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이 4명이고 비례대표가 3명이다.

현재 지역구 여성의원이 비례대표 여성의원보다 숫자가 많다. 이제는 성비가 중요하지 않다. 여성의원을 인위적으로 몇 프로로 할당하기보다는 공인으로서, 선출직으로서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성도 역량이 갖춰지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현재보다 훨씬 많이 온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인구비율이 비슷하다. 현대사회는 여성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왔다.”

-교직과 선출직 두 곳에서 일해 왔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교직에서 5년 정도 일했다. 교직은 만들어진 제도 속에서 미래를 이끌 아이들을 위해 열정을 쏟아내는 곳이다.

꿈속에서 출석부를 들고 다니는 꿈을 꾼 적도 있다. 남편의 사업을 따라 이사를 오다 보니 의도치 않게 교직을 떠났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교사를 하고픈 마음이기도 하다.

교직은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갖도록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안내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책무를 갖고 있다.

반면 선출직은 많은 이웃의 아픔과 숙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한다. 선출직은 책임의식과 도덕성, 정의를 생각하며 자기반성을 하며 이타주의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특히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경쟁사회 속에서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공공의 선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매력이다.”

-의장으로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의회에 진출 한 후 그동안 직함에 관심 갖지 않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의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정책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책연구 활성화를 위해 정책협의회 시스템을 갖춰 나가겠다.

평의원 10년 경험을 살려 직함 없는 평의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다.

실적을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의원들이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

-당정협의회 정례화 추진을 약속했다.

“정치는 정당정치로 이뤄진다. 의회도 정당의 공천으로 이뤄져 의정활동이 진행되는 구조다. 각 정당의 가치실현은 곧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

당연히 의회와 집행부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섭 단체 간 정책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당정협의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안산시장도 의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의회와 집행부 간 당정협의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의회를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의회가 중요안건을 상임위별로 심도 있게 토론하는 분위기 조성이 목적이다. 의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의원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이 상임위 활동이었다. 상임위 활동이 의정활동의 자양분이 됐다.

3선 의원을 하면서 보니 중요 안건의 경우 집행부의 방향과 전체 의회 흐름을 읽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상임위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시스템도 만들어보겠다. 피드백이 필요한 민원의 경우 전문위원실이나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겠다.”

-숫자정치보다 토론과 협상이 있는 의회운영이 목표다.

“시의회의 현재 원 구성 인원이 21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14명이다. 민주당의 절대 다수 원구성이 이뤄졌다.

자칫하면 한쪽으로 쏠릴 우려가 있다. 어떤 정당이나 다수의 획일적인 논리로 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의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편중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8대 전반기도 집행부에 끌려 다니지 않았다. 논쟁과 토론은 하되 민주적 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시의회 의장직까지 올랐다. 미래 여성의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최초 여성의장이 됐다. 하지만 여성의원 7명과 함께 고민해서 의회 활동에서 남겨야할 숙제를 갖고 있다.

전반기에 민주당 여성의원 5명이 ‘수어제’에 참여했다. 작지만 의미가 있었다. 여성의원들의 뜻을 모아 시민을 위해서 활동할 내용을 찾아보겠다. 지역의 여성 지도자들과 만나 의견도 듣겠다.

의원이 되려는 미래 세대에게 살아있는 폭넓은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직접 참여하고 경험이 쌓여야 사회와 이웃이 보인다.

한마디로 사회를 보는 눈이 생긴다. 이념적인 교육보다는 살아있는 경험을 갖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이나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보면 좋을 듯싶다.”

-제도권 은퇴 후 아이들을 위한 엄마 같은 봉사를 다짐했다. 변함이 없는지.

“그렇다.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도권 밖에서 아이들을 캐어하는 봉사를 하고 싶다. 교육자의 경험을 살려 아이들 눈높이에서 감싸주는 엄마 같은 봉사를 하고 싶은 것이 노후의 꿈이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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