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교육2
주민자치 교육2
  • 안산뉴스
  • 승인 2020.08.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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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필자는 최근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의무 교육의 일환으로 강연할 기회가 많아졌다. 주된 이야기는 현장의 이야기이고 사례다. 주민자치의 기반은 마을이고 공동체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절대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없다. 마을에 대해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 드렸고 오늘도 주민들과 슬기로운 자치생활의 길을 찾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마을공동체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함께 아이를 키우는, 나누고 소통하며 연대하는,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는 이웃의 정을 느끼는 단단하고 끈끈한 관계망이다.

깨어 있는 주민들은 자치를 위한 교육과 역량 강화를 위해 틈나는 대로 시간과 물질을 기꺼이 내놓는다. 경기도 용인에 ‘문탁’ 이라는 교육공동체가 있다. 문탁은 묻고 연마한다는 의미로, 삶의 비전을 찾는 공부와 대안적인 삶의 형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네트워크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로써 앎과 삶의 일치를 지향하고 이렇게 만나 인문학을 공부하여 지식을 생산하고 순환시키는 ‘대중지성’을 추구한다.

가능한대로 토론하며 실험을 이어가며 유쾌한 마을을 꿈꾼다. 여기서 말하는 마을은 특정한 지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밀도를 말한다. 특별한 것은 마을이 배움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1등부터 줄 세우는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살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놀이 같은 방식이다. 친구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약자와 연대하고, 마을 밖에서도 이웃을 찾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다.

마을과 교육이 만나 함께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왜 이렇게 마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가! 우리는 여기저기 흩어져 살다가 정착한 곳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고향일 수 있는 마을. 마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관계다. 이웃과 어떤 관계를 만드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마을이 안전해지는 것도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이웃 집 아이가 모르는 사람과 지나갔을 때 ‘어디 가니?’ 한마디만으로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셉테드’(CPTED)-범죄예방디자인연구정보센터의 실험도 나와 있다.

과거, 일동은 범죄에 취약한 마을이었다. 산과 공원으로 둘러있어 공기 맑고 환경이 좋은 반면 안쪽에 고립된 섬 같은 지리적 여건으로 한 때는 경찰 공무원이 기피하는 지역이었다 한다. 그런데 마을공동체가 확대되고 관계가 쌓여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범죄가 사라지고 마을활동을 즐겨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일동 지역에 근무하고 싶다는 비중이 80%일 만큼 마을이 완전히 달라졌다.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고 소통할 때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광명시 주민자치회 강연을 진행한 후 귀한 인연을 만났다. 기업을 8개나 만들고 며느리가 지역 시의회 의장을 지낸 주민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셨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분이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겠다고 교육에 참여하신 것이다. 친구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전 이사장님과 함께... 두 분은 오랜 친구셨고 함께 6시간의 교육을 이수하셨다. 강연이 끝나고 남아서 한참 질문을 하실 만큼 관심을 보였고 후일에 정식으로 집에 초대를 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다른 방법으로 활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시겠다는 두 분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전화로 궁금한 것을 묻고 즐거워하셨다.

주민자치회에 들어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고단한 길이다. 안하려고 하면 별로 할 일이 없지만 하고자 하면 할 일이 넘쳐난다. 사례도 없고 크게 돋보이지도 않으며 명예도 없다. 간혹, 벼슬이라 생각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진상들도 있기는 하나 비웃음거리 되기 딱 알맞다. 아무튼 가장 주민다운 방법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두 분의 자치가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전국에서 주민자치 교육을 받거나 계획 중인 예비 위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당당하게 자치하시고 안 가본 길이나 뚜벅뚜벅 힘 있게 내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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