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자의 생존, 실력과 지혜
약한 자의 생존, 실력과 지혜
  • 안산뉴스
  • 승인 2020.08.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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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달 29일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이 통과됐다. 1988년 이후 22년 만에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사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애초 계약기간 2년에서 +2년을 보장하되 증액 임대료는 직전 보증금의 5% 이내로 인상을 제한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월세신고제는 인프라를 갖춘 후 내년 6월에 시행되고 나머지는 8월 공포 즉시 바로 시행된다고 한다. 이젠 전·월세도 거래 30일 이내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하니 이 법안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차후 전·월세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176석의 거대 여당은 7.10 부동산대책 후속으로 부동산세법, 임대차3법, 지방세법안을 2시간 만에 처리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의에서 의결까지 단독으로 강행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국민께 보여줘야 한다는 명분하에 여당대표가 절차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하니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헌정사에 이와 같은 독재는 없었다”며 전사처럼 투쟁했으나 힘없는 야당으로서 역부족이다. 이에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다수의 횡포로 의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부정적 여론에도 불가피한 장외투쟁의 절박함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이미 지난 총선결과로 예상되었던 상황이지만 거대 여당의 일방적 폭주와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이 이처럼 속수무책일 수가 있을까. 강한 여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오히려 상대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을 때일 것이다. 반면 야당은 숫자의 한계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정책제시와 정부와 여당이 긴장할 만한 실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 가운데 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국회 5분 발언에서 금번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을 지적해 반향을 일으켰다. 자신이 1주택자로서 임차인을 대변하는 진정성과 부동산 정책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금번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이 2+2년 후 임대료 5% 인상과 2년을 보장받게 될 법적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4년 후에는 꼼짝없이 전세임차인에서 월세임차인으로 전략하게 될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임대인의 부담을 늘려 임차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인데 이는 국가가 임대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윤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다. 평소 그는 문제해결의 접근이 연구를 토대로 한 논리적 토론이 체화되어 있을 것이다.

이 발언의 주장이 설득력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윤 의원은 정부와 여당에게 도대체 무슨 오만과 배짱으로 부작용이 예측 가능한데 그런 정책을 펴느냐며 분노했다. 목소리는 꼿꼿한데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민생정책과 한국경제 역사에서 민주당은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단죄했다.

국민은 21대 국회를 여대야소로 명령했다. 거대여당에게는 겸양과 존중이 필요하다면 야당은 의원 개인의 실력과 당의 역량강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숫자의 열악함에도 실력과 지혜로 승리한 경우는 많다. 배 12척으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과 거구 골리앗 장수와 소년 다윗의 대결에서 이긴 다윗의 물맷돌 그리고 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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