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거울, 상앙(商鞅)
검찰의 거울, 상앙(商鞅)
  • 안산뉴스
  • 승인 2020.08.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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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워크 회장

상앙(BC.395~338)은 춘추전국시대 사람으로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진나라에 강력한 통치 체제를 수립한 사상가였다. 진(秦)나라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도모하는 이른바 ‘상앙변법’을 바탕으로 부국강병을 이루어 천하 통일의 위업을 이룰 수 있었다.

상앙변법은 철저히 법에 근거한 엄격한 정치체제였다. 고발 제도와 연좌제로 모든 백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인 오가작통법,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공적에 따라 작위를 부여하는 등급제, 강력한 중앙집권제인 군현제 구축, 토지개혁과 함께 노예를 과세와 병역 의무가 있는 양인으로 신분을 전환시켜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는 부분적 노예 해방제 등의 개혁은 국가의 체질을 바꾸는 큰 성과를 가지고 왔다. 하지만 모든 개혁이 그러하듯이 상앙의 개혁은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도 불러왔다.

하지만 상앙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그는 ‘나무를 옮겨 신뢰를 얻는다’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의 당근책으로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반면 태자가 법을 어기자 태자 사부의 코를 베고 얼굴에 먹물을 새기는 법 집행을 통해 법의 엄격함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법에 기반한 상앙의 개혁은 진을 변방의 소국에서 중원의 최강자로 변모시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상앙의 권세는 결국 진효공이 죽고 상앙이 죄를 물었던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결국 끝을 보게 된다. 상앙은 새로운 왕의 복수를 피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는 위나라로 도주하기 위해 국경에 도착했다. 하지만 성문은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야 문을 열 수 있다는 법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여관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문전박대를 받았다. 여행증이 없는 사람을 받으면 여관 주인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법은 바로 자신이 만든 법이었다. 결국 상앙은 사로잡혀 거열형으로 처형되고 가족들 역시 연좌제로 멸문지화를 당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신이 만든 법 때문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상앙의 최후는 비극적이었지만 상앙이 국가에 끼친 공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진의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기’를 비롯 상앙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아주 야박한데 이는 상앙이 보여준 행태 때문이었다.

상앙은 국가의 부강을 위해 귀족의 영토와 사병들을 국가로 편입시켰지만 정작 자신은 자신의 영토에 집착하며 수많은 무장병을 데리고 다녔다. 또한 작은 잘못도 극형으로 다스림으로 국가의 위엄과 법치의 엄격함을 세웠지만 많은 이들로부터 인심을 잃었고, 정작 자신은 법에 걸리자 형을 기다리지 않고 달아난 후 반란까지 일으키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법의 최종 집행자인 윤석열 총장을 보면서 상앙을 떠올려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으며 오직 법과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라고 그가 던진 말 한마디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으로 한직을 떠돌던 그를 검찰총장으로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윤 총장이 보여준 행동은 어떠했는가?

조국과 그의 가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과 무리한 기소, 채널A와 기자와 함께 총선 개입 혐의에 연루된 측근을 보호하기 위한 온갖 무리수와는 반대로 자신의 장모와 처가 연루된 사건과 나경원 의원 등에 대한 선택적 수사와 기소의 행태에서는 그가 그토록 강조했던 ‘법과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법 집행’은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스스로를 정치집단화 하여 법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윤 총장의 모습은 상앙이 밖으로는 강력한 법치를 시행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그 법의 바깥에 거하는 모습과 판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로 인해 한때 그에게 쏠리던 국민의 응원과 찬사는 단 일 년 만에 조롱과 지탄으로 바뀌고 만 것이다.

더 이상 망가지는 윤 총장과 검찰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이다. 국민들은 그가 천명한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역사는 상앙이 보여주었던 이중적 행태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 윤석열 총장은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지를 기억하고 부디 부끄러운 이름을 남기지 마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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