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그곳에 사람이 있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 사람이 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0.08.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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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미 안산새사회연대일:다 사무국장

3월 12일 새벽2시경, 안산에서 택배를 배송하던 노동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입사 4주차에 접어든 상태였으며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구역을 2번 도는 일을 했다.

코로나19 확산이후 회사가 무리하게 물량을 밀어 넣었다고 동료들은 주장했다. 5월과 7월에도 택배배송을 하던 타 지역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그중 한 택배노동자는 한 달에 평균 1만개의 택배를 배달했다고 한다.

지난 6월 12일엔 안산시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한일환경(주) 소속 청소노동자가 작업 중 쓰레기 수거차량 회전판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조합원 진술에 따르면 사고 당시 3인1조 작업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청소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해당 업무를 민간위탁에 맡겨놓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오토바이 교통사고 발생률이 크게 증가했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이륜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3%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 노동시장에 신규 노동자가 들어왔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던 결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시대가 도래 한다고 한다. 기업들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교육, 영화,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 비대면 이면에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면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대면하며 노동을 한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고, 새벽에 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고, 언제 어디서든 클릭한번으로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도로 위에서 치열하게 배달을 한다.

내가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 버려지는 쓰레기들은 나만 대면하지 않을 뿐 그들이 나를 대신해 대면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비대면 사회 속 우리는 총소리를 듣고 눈만 가리는 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비대면의 코로나19 시대에도 흑인들은 거리로 나왔다.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를 보면서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인종차별이 있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대면 사회여도 대면해야 하는 순간은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 의료진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은 의료진에게 수어로 ‘존경합니다’라는 표현을, 의료진은 국민에게 ‘감사합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는 표현을 하는 동작을 게시함으로써 참여하는 캠페인이다.

나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밤낮으로 코로나19를 뚫고 대면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보이지 않는 그곳에 사람이 있고, 이들이 안전할 때만이 우리도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 갈 수 있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이고, 그들이 보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노동자들_덕분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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