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의 위기
마을 공동체의 위기
  • 안산뉴스
  • 승인 2020.08.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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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같은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적 의미로부터, 이웃과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서로 협력,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정서적인 유대까지... 교육 공동체, 건강 공동체, 아파트 공동체까지 어디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공동체는 나눔이다. 나만 행복할 것이 아니라 같이 행복해지자는 것이며 슬플 때나 아플 때도 위로하고 격려함으로 힘을 얻자는 것이다. 기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작게는 가족으로부터 마을, 지역,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너 단계만 건너면 모두 연결되는 관계망이기도 하다.

요즘,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등에 지면 짐이 되고 가슴에 지면 사랑이 된다는데 그런 말들은 이제 감흥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비단 도시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에서도 예전만 못하다. 마을 공동체, 넓게는 공동체 전체의 위기다.

공동체가 크게 확장되었던 종교의 경우 서로 사랑하고 섬기는 따뜻한 교재에 기인하고 있다. 굳이 거창한 사상이나 철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웃과 떡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 몸에 밴 일상이었다.

나를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감사한 일인가! 공동체는 이렇게 선(善)한 기운을 줘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처음에는 사스나 메르스처럼 지나가는 전염병이라 판단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2월부터 행정복지센터 프로그램 중단된 이후 이제나 저제나 노심초사하며 다시 시작할 날 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의 탄식이 귓가에 맴돈다. 몇 번을 미루다 보니 이제는 기약을 못 할 만큼 아득해졌다. 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소소한 여가의 즐거움을 누리던 일상이 암초를 만났다.

작금의 상황으로 인해 짜증이 늘었다는 주민도 많고 우울증이 생겼다는 주민도 많아졌다. 강사들의 생계도 막막해져 몇 달 간 폐강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민총회도 할 수 없게 됐다. 의제를 발굴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는 주민자치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축제의 장이자 숙의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대면으로 진행한 곳이 한 곳도 없으며 비대면으로 마을의 중요 거점에 부스를 마련하여 포스트잇 작업 정도의 의제 순위를 정하는 정도다.

행정복지센터가 정상화될 거라 예상하고 준비하던 6월, 7월에 방역 수칙을 위반한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고비를 맞았고 최근, 심각한 혼돈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이 생겼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종교적인 신념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권한은 없다.

길을 막고, 조사를 방해하는 것은 공동체의 자세가 아니다. 급기야 방역을 방해하고 숨어 버린 수천 명으로 인해 온 나라가 불안해하는 것이 안 보이는가!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법을 조롱하고 선량한 국민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권한이라도 가진 듯 행동하는 것이 정상적이라 할 수 있나! 경제는 나락으로 치닫고 도탄에 빠지게 되었음에도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며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들이 있는데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모일 수 없으니 자영업자가 얼마나 더 버텨낼지 걱정이고 일자리를 잃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흡사 아수라장이다.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 보자. 저 길거리에서 시위하며 거칠게 저항하는 이들도, 땅바닥에 드러누워 고함치는 이들도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다.

자유가 있으니 자기주장을 펼 수는 있으나 상대방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틀렸다고 부딪히지 말고 다른 색깔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지금의 엄중한 상황도 언젠가 역사로 남을 텐데 나쁜 기억보다는 공동체의 지혜로 슬기롭게 극복했노라 회상되어지기를 바란다. 비록 지금 상황이 심각할지라도 위기일 때 마을 공동체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잘 극복해 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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