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문 ‘시무 7조’
상소문 ‘시무 7조’
  • 안산뉴스
  • 승인 2020.09.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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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 / 대표이사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필명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가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시무 7조’는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이다. 상소문은 1만443자의 장문으로 이뤄져 지난 8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상소문은 기해년 겨울로 시작해 경자년 봄과 여름으로 이어지며 작금의 정치상황을 신랄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중 필자의 이목을 끄는 대목 극히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경자년 여름 간신이 쥐떼처럼 창궐하여 역병과도 같으니 정책은 나무하나 결과는 전무하여 허망하고 실(實)은 하나이나 설(說)은 다분하니 민심은 사분오열일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바,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물론 각지의 군수들을 재촉하시고 이를 주창토록 하시오면 소인은 살아서 더 바랄 것이 없고 죽어서는 각골난망하여 그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다.”

조은산은 이어 ‘시무 7조’를 고한다면서 세금감면과 이성을 중히 여기는 정책,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는 외교정책, 인간의 욕구 인정, 신하를 가려쓸 것, 헌법의 가치를 지켜라, 폐하 먼저 일신(一新)하라 등의 내용을 상소했다.

이 상소문은 조선시대 상소문의 운율에 기반 하면서도 현실 비유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쓴이가 기자 출신이거나 시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떠돌았지만 ‘문필 이력이 없는 30대 후반의 두 자녀를 둔 월급쟁이’로 밝혀졌다.

글쓴이가 ‘시무 7조’에서 주장하는 바가 무엇이기에 우리 사회를 이토록 발칵 뒤집어 놓았을까. 필자는 그 이유가 현안 정책들을 통찰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지식인들도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쓴 소리’를 적절한 운율과 비유로 아낌없이 쏟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무 7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최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시무 7조’가 국민의 심정을 대신한 소리라고 생각하고 한 문장, 한 문장씩 수 십 번 되새기며 읽기를 기대한다.

‘옳은 말을 하는 책사는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듣기 싫은 ‘쓴 소리’는 간신이 아닌 충신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쓴 소리’를 경청할 수 있어야 사회가 발전하는 법이다. 쓴 소리인 ‘직언’은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어느 조직에 속해 있든 경청해야 하는 법이다.

어찌됐든 ‘시무 7조’ 상소문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계기로 정치권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쓴 소리’ 직언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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