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코로나가 아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0.09.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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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진 안산새사회연대일:다 교육팀장

거리마다 불 꺼진 상점들이 많다. 점포정리를 써 붙인 곳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다보니 단골 가게가 하루만 문을 안 열어도 마음이 철렁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달 나가는 임대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하고 있고, 택배노동자와 배달노동자들은 늘어난 비대면 수요를 떠받치며 4대 보험도 없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고시원이나 쪽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서관도 카페도 닫아버리자 좁은 방을 벗어나 머무를 곳이 없다. 공시생, 취준생 등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은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존의 불안을 겪고 있다.

코로나가 드러내는 문제는, 한국에서 평범한 사람이 ‘생존’하는데 너무 큰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노동의 대가는 작고 불안정한데 반해 생존에 필요한 비용은 지나치게 큰 현실이다.

우선 주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한국은 토지부자 3%가 전국 개인토지의 56%를 가지고 있다. 엄청난 독점구조다. 그러니 땅값, 집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직장인 월급으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20년도 넘게 걸린다고 하니 돈 없는 사람은 세 들어 살 수밖에 없다. 서울의 청년 1인 가구 70%는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쓰고 있다.

상가 임대비용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증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매출이 감소해서지만, 구조적인 이유는 매출의 크기와 상관없이 매달 나가는 임대료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재난상황으로 경제 전반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었지만 유일하게 (불로소득인) 건물주의 월세·임대료 소득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교육비도 빼놓을 수 없다. 미혼자녀가 있는 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월평균 45만원, 연간 540만원에 이른다. 필수가 되어버린 사교육비와 1년에 천만 원에 육박하는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이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캠퍼스 한번 밟아보지 못한 대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운동을 벌였지만 대학당국도 교육부도 남 탓만 하며 무시하고 있다. 악덕기업이 따로 없다.

세계 최장 노동시간의 나라 한국.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 죽어라 일해서 생활비를 겨우 감당하며 살고 있었는데, 재난이 찾아오자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들이 너무 많이 사유화되었다는 것이다.

K-방역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와 공공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보건·의료가 완전히 민영화되지 않고 공공복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위기에 맞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들을 공동체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의료와 마찬가지로 주거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소수의 땅 부자와 투기꾼들이 땅과 주택들을 독점하지 못하게 막고, 전 국민이 임대료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하는 주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령, 임대료를 일정 액수 이상 받을 수 없게 상한선을 정하거나, 국가 재난상황에는 임대료를 면제해주도록 법으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지금처럼 사학재단의 사적 소유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국공립 대학의 비율을 높이고 터무니없이 높은 등록금을 상식적인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가령 한 학기 등록금이 100만원이라면 대학생들이 부모님께 학비를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벌어서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한 비용을 낮추는 정책과 더불어 기본소득과 생애주기별 기초자본 지급 등,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대다수의 시민들을 대변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세입자와, 고시원에 사는 청년과,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달하는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는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남는다. 재난이 드러낸 문제를 직시하며, 우리가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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