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청년공간 만들자
제대로 된 청년공간 만들자
  • 안산뉴스
  • 승인 2018.12.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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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미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

“인터넷에 전국 청년 공간 지도를 검색하면, 서울, 수원, 안양, 시흥 등 많은 곳에 청년공간이 표시 되어있어요. 하지만 안산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기 위해 안양 청년공간까지 갑니다. 저처럼 취업 준비에 있거나 자신을 탐색하는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부담 없이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청년공간이 안산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 11월 17일에 열린 ‘청년은 있고, 정책은 없다. 안산청년정책토론회’에서 한 청년이 발언한 내용이다. 안산청년이 안양까지 가서 청년공간을 이용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안산시에 위와 같은 청년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안산시와 여러 차례 타 지역으로 함께 답사도 다녀왔다. 하지만 여전히 안산에는 창업공간을 제외한 청년공간은 제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10월, 경기도에서 청년공간조성사업 수행기관으로 안산시와 양주시가 선정됐지만, 기존 창업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청년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안산시의 입장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시가 청년을 수혜의 대상으로 보고, 행정 편의적 방식으로 대하고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느껴지는 대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여기 만들어 줄 테니 와. 근데 왜 만들었는데 활용 안하니?’ 하고 안산시는 청년에게 물어야 한다.

‘청년공간이 생긴다면 어디가 좋을까?’ 그리고 ‘청년공간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청년공간은 누가 운영하는 게 좋을까’ 등등. 과정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곧 청년을 공간의 주인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청년공간을 활용할 청년들에게 홍보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안산시가 창업공간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려는 청년공간은 초지동 이마트 근처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청년들에게는 접하기 어려운 곳이다. 누구도 가지 않는 곳에 만들어 놓고 ‘너희가 살려봐’라고 하는 것. 왜 청년들은 항상 지하 아니면, 활용도가 높지 않은 공간을 살려내야 하는 존재여야 하는 걸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지금의 청년들에겐 발 디디는 모든 곳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삶 자체가 도전인 청년들은 왜 늘 도전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는 걸까?

창업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에 창업에 관심이 없는 청년이 쉽게 드나들기란 어렵고 부담스럽다. 창업공간은 창업공간으로의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충분히 지원해주고, 청년공간은 모든 청년을 담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페이지 ‘안산청년들’에 청년들에게 ‘공간이 어디에 생겼으면 좋겠는지’와 ‘어떤 공간이 담겼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위치의 1순위는 중앙동 또는 고잔 신도시 등의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고,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는 ‘놀고 쉬고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 편하게 모임할 수 있는 공간, 서울무중력지대와 같은 청년복지를 위한 공간, 혼자 사는 청년들이 모여 요리할 수 있는 공유 부엌이 있는 공간’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이처럼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하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청년들은 원한다.

안산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세부터 마련해야한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공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청년들과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야한다. 공간의 운영주체도 역시 청년이 되게 해야 한다. 그것부터가 안산시가 청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체로 대하는 것이고, 일자리의 문제를 넘어서서 다각도로 청년을 볼 수 있는 관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안산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것. 안산시는 제대로 된 청년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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