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경제성
지속가능성과 경제성
  • 안산뉴스
  • 승인 2018.12.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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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이사장

‘우리 동네가 서울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주민의 참여, 역량강화와 관련해서 서울시 행정의 관심과 지원은 여러모로 앞서가는 면이 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안산 일동과 같은 동네가 서울의 환경에서 활동했다면 더 큰 성과를 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고 서울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 지역도 좋은 제도를 만들고 행정의 관심도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이야기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지금 대한민국은 주민자치의 경연장이다.

부락 정도의 단위에서부터 읍면동, 시군구에 이르기까지 주민자치의 타이틀을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다. 평가 항목도 다양하고 사례도 가지각색이라 황당하지만 때로는 춤도 추고 연기도 해야 한다.

작년에 우리가 참여했던 행정안전부 주최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와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지역마다 주민자치대회 등 주민이 평가받는 대회는 물론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구축 우수사례를 선정하는 행정이 평가를 받는 대회도 있고, 주민자치박람회에서도 지역을 평가해 시상할 정도로 이제는 민관이 서로 협조하고 주민자치를 상품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마을이 주목을 받으면서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거나 활동을 준비하는 단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몇몇이 활동가의 역할을 하거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으로 각자 활동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마을을 회복하고 재생시키려고 하는 목표는 비슷하다.

마을에서 창조적 지역공동체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지난 시대가 행정 주도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서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양쪽 바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역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행정의 도움은 어디까지나 자립을 위한 인큐베이팅의 과정이지 백지수표는 아니다. 지금까지 주민주도의 많은 모임과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주민자치를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주민조직이 생계란 벽에 부딪혀 동력을 잃는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고 마을활동가는 재능기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작년 선정된 혁신읍면동의 내용에 포함된, 마을을 위해 일할 상근 직원 활동비가 ‘좌파조직 양성, 운동권 출신 먹여 살리기’란 황당한 이유로 전액삭감 되었을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정치고 누구를 위한 활동인지 자괴감도 들었다.

주민자치가 시대적 소명이고 흐름이라고 하면서도 주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견제하고 제한을 두려고 한다.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마을에서 활동하는 조직들도 이제는, 인큐베이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법을 익혀야 한다.

어린 새가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를 때 공기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면 바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어미 새가 주는 먹이를 먹는 동안 날 수 있는 준비를 잘하고 지속 가능한 내실을 다져야만 한다.

주민자치 기반 마을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국내외 성공사례를 발굴해 벤치마킹하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내용물을 채워가는 과정이 마을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성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멀리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래 갈 수도 없다.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직 시작 단계이기는 하나 수익을 내는 좋은 마을기업들이 있으니 밤을 새우고서라도 배워서 마을에 돌려주자. 마을에 대한 꿈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들어주자. 우리가 좋은 사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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