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백탑파
안산의 백탑파
  • 안산뉴스
  • 승인 2018.12.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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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웍 회장

서울 종로 2가 30번지에는 파고다 공원이라 불린 현재의 탑골 공원이 위치해 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 국보 2호로 지정되어 있는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먼지와 비바람을 피해 유리 보호각으로 둘러 쌓여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한 때 조선시대 한양 도성 한복판에 우뚝 솟아 흰 자태를 뽐내던 탑이었다. 이 탑은 단지 옛 선조들의 빼어난 건축술을 보여주는 조형물로서만이 아닌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탑을 배경으로 형성된 백탑파의 등장이다.

백탑파는 연암 박지원을 비롯해 박제가, 홍대용,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우리가 한번은 들어왔음직한 사람들이 이 탑을 중심으로 교우를 나누며 학문적 일파를 이룬 것에서 이름이 연유했다.

그들은 당대의 신분 차별의 벽을 넘어 우정을 나누고, 조선 사회의 변혁을 꿈꾸었으며 당시 지배이념으로서 관념적으로만 흐르던 성리학에 대한 학문 연구를 배격하고 자주적인 학문의 자세를 견지하며 민생을 보듬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학문을 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조선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청나라의 발달된 문물을 수용해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개진했다.

이들의 사상은 대표적으로 연암 박지원이 중국 황제 건륭제의 70세 생일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삼종형을 따라 연경을 거쳐 열하까지 다녀오며 지은 ‘열하일기’의 내용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박지원의 실학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데 조선의 초가집과 비교한 청나라의 2층 벽돌집, 불편한 조선 온돌의 허실, 바퀴와 수레의 도입 등에 대해서 날카롭게 기술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의 학파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의 전반적인 체계와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를 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들은 서자라는 신분이나 고위 관료로 나가지 못한 신세 등을 한탄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며 주저앉지 않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신분을 뛰어 넘어 교제하며 자신들의 사상을 벼르며 나갔다. 이들의 사상은 북학파라는 이름아래 초기 개화파에 영향을 끼쳐 개화사상 형성의 토대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산에도 백탑파를 자처하는, 아니 정확히 말해 백탑파라고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들이 거주하고 있다면 믿어지실는지……. 그들은 바로 약 40여개에 달하는 독서 동아리 회원들이다. 이들은 도서관이나 평생 교육원 혹은 독자적으로 매주 한 번에서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스스로 정한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가진다.

책은 때로는 거울로 혹은 나침반으로 아니면 소파로 기능하며 독서 동아리 회원들을 울리기도 하고 깨우침을 주기도 한다. 거기서 얻은 동력으로 내가 처하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사회단체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독서 동아리는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주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안산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활동가들을 배출하는 저수지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독서 동아리를 비롯한 ‘책 읽는 도시 안산’을 위한 시의 적극적 지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미 책 읽는 도시로 명명한 이웃 도시 군포와 파주, 서울시내 독서 동아리의 1/3에 해당하는 수백 개의 독서 동아리가 조직되어 있는 관악구, 독서 동아리 당 1백만 원씩을 지원하는 강남구에 비교해 안산시의 지원은 미안한 말이지만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현재 안산시는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요청해 온 결과 2년 전부터 20개 독서동아리를 선정해 1년에 1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각 도서관을 중심으로 많은 책 관련 행사가 열렸고 또 열릴 예정이다. 당장 12월 8일(토) 중앙도서관에서는 안산시 독서대토론회가, 14일 독서동아리인 한마당이 열린다.

하지만 행사를 알고 있는 시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행사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방법과 안산시의 정책과 재정적 지원 등 모든 것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품위 있는 도시는 지갑만 가지고서는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격조 있는 문화 도시 안산을 위해서라도 책 읽는 문화가 필요함을 부디 인지하고 독서동아리모임이 그들만의 외로운 리그가 되지 않도록 안산시의 지원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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