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상점가 응원 도시락
일동상점가 응원 도시락
  • 안산뉴스
  • 승인 2020.10.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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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생각해보니 마을 활동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참 많다. 필자는 2014년에 주민자치 위원이 된 후 주민센터 재능 나눔 프로그램으로 성악교실을 개설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감동의 사연들을 많이 만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을 써도 될 만큼 깊은 울림을 간직하고 있다.

그 중 한명이 ‘명저 읽는 작은 도서관’의 관장으로,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성악교실이다. 풀립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분은 모든 것이 술술 풀리라는 의미처럼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실제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슬기롭고 지혜롭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고 같이 마을 일을 해보자고 강권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 했고 나중에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날 즈음, 내가 뭘 해야 하냐고 물으며 마을에 첫 발을 내딛었다. 헌데 이분에게는 이미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다. 매주 주말이 되면 책 수레를 끌고 도서관의 책을 마을에 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특히,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책 빌리러 갈 시간이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상인들에게 집중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신뢰가 쌓이고 따뜻한 기운이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통해 흩어져 있던 상인들을 모아 ‘상점가사람들’ 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상인들의 모임은 이익 집단처럼 권익을 내세우거나 친목을 도모하는 정도가 대부분인데 일동 상점가사람들은 달랐다. 모여서 시를 읽고 연극도 하며 마을을 도울 방법을 고민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만들어 꽃을 심는다. 상인대학을 열어 역량을 강화하고 축제 때는 먹거리를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여 부담 없는 행사가 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반려식물과 콩나물시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과 상인이 초록친구 맺기를 통해 1:1로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고, 주 1회 콩나물 콩을 무료로 드리며 재배한 콩나물을 사드리는 것이다.

일동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9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향후 상점가 뿐 아니라 마을 주민과도 연결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은 신체적인 약함과 정서적 유대가 적은 이유로 소외되기 십상이고 우울증에 시달려 쓸쓸하게 여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상점가의 시도는 좋은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Power of one. 한 사람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다. 이렇게 멋진 상점가사람들을 연결하고 초대회장을 하며 헌신하며 열정을 보여줬던 한사람의 힘이 상인과 마을을 연결해 주었다.

그는 그 후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서, 전국적인 주민자치 강연자로서, 지금은 일동 마을네트워크의 간사이자 행복마을관리소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점가사람들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견디기 힘들만큼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다. 이것을 본 마을 주민들이 상점가를 위로하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일동상점가 응원 도시락을 만들어 위로와 용기를 드리자는 것이다. 들어가는 비용은 십시일반 마련했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냈는데 준비에 참여한 분들의 면면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60개의 도시락 전체에 켈리그라프로 일일이 정성껏 글을 썼고 주민들과,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춤추는 카페(청소년이 만드는 세상)의 청년들이 모두 나서 세팅을 하고 배달까지 도왔다.

필자도 도시락을 배달했는데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가슴 벅찬 감동을 선물 받았다. 어려울수록 연대의 힘은 단단하고 끈끈하다는 것을 세삼 알게 되었다. 이렇게 뭐라도 준비하겠다는 결심과 추진력은 일동 마을공동체의 자랑이다.

“당신이 있어 마을이 돌아갑니다. 우리는 늘 이겨냈고 이번에도 함께 이겨낼 것입니다.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에서부터 “매일 좋을 순 없지만 매일 웃을 순 있어요,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까지, 비록 소소한 도시락 하나일지라도 공동체의 응원이 힘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고 서로를 향한 살가움이 생겼다. 이렇게 마을은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삶의 터전이다. 이런 마을에 사는 것이 참 감사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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