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영웅
난세에 영웅
  • 안산뉴스
  • 승인 2020.10.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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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지난 개천절 광화문 일대에 수백 대의 관광버스가 성곽을 쌓았다. 도로와 인도에 관광버스로 꽉 메워진 드론의 촬영을 본 순간 데모가 한창이었던 학창 시절 시대 상황과 오버랩이 됐다. 차량 불시검문과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 시민의 통행까지 완전히 차단했다는데 정부는 이를 코로나19 방역에 따라 원천적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서해상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으로부터 총살당하고 불에 타 공분이 들끓었다. 이때 마침 KBS 2020 나훈아 콘서트에서 가왕 나훈아는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 나라는 국민이 지켰다”고 언급하며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권력을 쥔 정치, 법원, 사법, 언론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반성과 올바른 역할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주문했다. 한편 민주당의 대부 이해찬은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보수 세력이 정조 이후 약 210여 년간 집권해왔고, 이로 인해 사회 영역의 균형이 무너졌으므로 민주당이 장기집권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때문인지 무소불위한 힘을 지닌 집권당의 여유나 너그러움 보다는 편향과 배타적인 투쟁과 쟁탈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은 민주당은 자기들끼리 이해하는 사회방언을 쓰고, 일상영역에서 이념의 영역으로 진입해 나머지 60% 국민은 정상적 소통이 어렵다고 했다. 오염된 언어의 예시로는 증거인멸을 ‘증거보존’으로, 대리 시험을 ‘오픈북’, 표창장 위조를 ‘사회의 계층구조와 입시제도가 만든 것이므로 엄마(정경심)는 위대하다’로, 북한군에 사살당한 시신에 불태운 것을 ‘화장’이라 부르며, 피살자를 ‘월북자’로, 북한 통전부의 사과문을 ‘희소식’ ‘전화위복’ ‘계몽군주’ ‘위원장님의 생명 존중 의지에 경의’ 등 이념의 영역으로 해석한다며 민주당이 국가를 운영할 존재 이유로서 부당함을 비판했다.

국민은 생명과 재산이 보호되길 소망하며 일반·상식·보편적 이해를 원한다. 민주당이 지향하는 이념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종속변수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과거 민주당 김대중 정권에서도 이런 편향성은 없었다. 그럼 어디서 기인하였는가. 진중권 교수는 현 정권의 주도적인 586세대 몸속에 청산되지 않은 습속 즉, 민족주의 이념이라고 했다. 그들은 통일을 ‘공리’로 믿고 있어 분단을 비극으로 보며 이는 미국과 손잡은 친일파 후예의 탓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에 종전선언이 성사되면 불행한 사태도 종식된다는 신념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굳게 믿는 민족해방론의 공리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재판 결과에 대한 친일세력의 반발을 마치 한반도의 평화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민주세력의 역사관을 붕괴하는 불순한 세력의 반란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윤미향 사태도 동일한 관점에서 본다. 이상한 언어자체가 이념적·세계관이기 때문에 논리로 반박이 어렵고 개종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한다.

통일을 소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두 체제가 존재하는 한반도에서 성사되려면 장기 전략과 국민적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 그보다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는 국가 존재의 이유다. 혼란한 시절, 허망한 목표 설정에 질주하는 집권당 세력에 대응할 견제 세력이 있어야 하건만, 이 난세에 영웅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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