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뭐든지 찾아다녀라”
“행복하려면 뭐든지 찾아다녀라”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2.0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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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성

주요프로필

-1933년 전남 함평 출생

-산업은행(옛) 30년 근무

-KCC 감사 6년 근무

-국제대학 외 10년 출강

인생 100세 시대다. 이제는 100세가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는 시대가 됐다. 평범한 일상이다. 일동100인합창단에 100세를 14년 앞두고 있는 단원이 있다. 정한성(86) 최고령 단원이다.

정한성 단원은 99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말한 ‘행복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과 삶 속에 있다’는 말에 공감한단다. 열정과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합창단을 찾아다니며 노래를 즐기고 신문사 신춘문예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정한성 단원이다.

‘기다리는 냄비는 절대로 끊지 않는다’는 정한성 단원은 5년 이내에 신춘문예 당선 후 책 출간을 계획하고 있고 현재도 궁금한 것이 많아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는 정한성 단원을 현장 인터뷰했다.

-일동100인합창단 단원으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원래 노래를 못했다. 노래가 하고 싶었다. 특히 가곡을 부르고 싶었다. 3년 전부터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안산시립합창단이 합동 공연을 위해 뽑는 오디션에서 테너 파트로 합격했었다. 박신화 지휘자가 직접 심사하면서 뽑았다.

지난해 안산시립합창단이 안산예당에서 공연한 ‘한국가곡의 밤’에 출연하는 행운을 잡았다.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합창단 심사를 통해 합격하면서 합창의 매력을 느끼다 보니 합창을 계속할 수 있는 단체를 직접 찾아다녔다. 성악을 전공하고 일동100인합창단을 지휘하는 오병철 지휘자를 알게 됐다.

현재 노래 실력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합창보다는 솔로 파트에 도전해보고 싶다.”

-일동100인합창단 최고령 단원으로서 임하고 있는 각오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옛 산업은행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다. 퇴직 후 KCC에서 감사로 6년 동안 일했다. 그러면서 국제대학 등에서 10년 동안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생이 어느 덧 황혼기로 접어들어 있었다. 일에 묻혀 살다가 은퇴 후 할 일이 없어지니 인생이 무료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시작했다. 컴퓨터도 배우고 건강도 챙기고 노래까지 도전하게 됐다. 틈틈이 글도 쓰고 있다.

일동100인합창단에 입단하니 최고령이더라. 연습할 때 전철을 타고 내려서 걸어 다닌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식사도 할 수 있어 즐겁고 재미있다. 나이가 들어 ‘꼰대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합창을 하면서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합창단이라면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단원구 어울림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상록구 노인복지회관과 동산교회 합창단도 활동했다.

나이가 꽤 많은 입장에서 합창은 좋은 점이 아주 많다. 합창은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때문에 연습을 게으르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일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이 있으면 움직여야 하고 자연히 활력이 생긴다.

그 다음은 노래를 연습하다 보면 목이 터지고 호흡이 길어지고 기억력까지 좋아져 건강해진다. 현재도 악보를 보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연습장을 찾아다닐 때 전철을 이용하고 걸어 다녀 운동이 절로 됨은 물론 연습을 통해 합창곡을 한 곡 한 곡 완성해 나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 못한다. 거기에다가 합창 공연 후 쏟아지는 박수의 행복감은 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종합문예지 국제문단 수필부문에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당선됐다.

“주변의 권유로 ‘난관’이라는 수필을 국제문단에 최근 응모했다.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당선됐다는 연락이 왔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응모했지만 정작 당선됐다며 사진과 이력서를 제출하라는 통보가 왔지만 거절했다.

내 수필이 활자화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 신춘문예 에 수필 부문이 대부분 없어졌지만 몇몇 곳이 남아있다.

신춘문예에 계속 도전 중이다. 선정을 거부하고 현재 제목도 바꾸고 내용도 다시 수정 중이다. 수필 9개 작품을 쓰고 있다. 더 잘 쓰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현대사회는 글도 컴퓨터에서 쓰고 저장한다. 컴퓨터 솜씨는 어느 정도인지.

“나이에 비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편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은 물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문해자’라고 불렀다. 현대사회는 컴퓨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시대에 컴퓨터를 못하면 한마디로 ‘컴맹’ 아닌가.”

-글을 쓰면서 무엇을 배우나.

“‘알랭 드 보통’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것은 생존의 방법이다. 글을 쓰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각을 풀어 놓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살면서 언짢은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아니면 기쁜 일이 있을 때 생각하고 읽고 메모하고 쓴다.

다행스럽게 아직도 안경을 쓰지 않고 신문을 읽는다. 눈이 받쳐주니까 글을 쓰는 일이 위안을 준다.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써서 통제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작고한 100세 시인 일본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98세에 첫시집 ‘약해지지마’를 냈다. 수필집 출판 계획은 없는지.

“현재까지는 건강이 매우 좋은 편이다. 합창을 연습하거나, 걷거나, 어떤 활동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글도 많이 쓴다.

신문사 신춘문예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신춘문예로 실력이 검증돼 당선되면 수필집을 내볼 생각이다.

뭐든지 해보고 싶다. 현재 50편 정도의 수필을 써 놨다. 제목도 정해 놨다. ‘사랑과 정’이다. 부제는 ‘짚신신고 달나라에’다. 내 꿈이 실현되길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100세 시대다. 86년을 살아오면서 느낀 인생을 정의한다면.

“99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말한 ‘행복은 주어지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과 삶 속에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열정과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일상 속에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기다리는 냄비는 절대로 끊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어리거나, 중년이거나, 노인이거나 마찬가지로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사에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움직여야 행복하다. ‘뭐든지 찾아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을 유지하는 특별한 비결은.

“부모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현재도 돋보기안경 없이 신문을 본다. 혼자서 전철타고 걸어서 합창 연습장을 오고간다.

특별히 하는 운동은 걷기다. 매일 3~4Km를 걸으려고 노력한다. 일상 속에서 항상 걷는 운동을 한다. 노인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법이라고 생각한다.

걷기는 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몸에 무리도 안가고 운동을 하기 위한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함께 운동할 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살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나 좌우명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일체유심조’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같은 사물을 동시에 바라봐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로 볼 수 있다.

현재 견딜 수 없는 고통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다만 문제는 현재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다.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세상은 불행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름다운 눈으로 보면 세상은 매우 따뜻하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평생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모르겠지만 궁금한 것이 많다.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타입이다. 타고 났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학습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평생학습 시대가 왔다. 젊어서 배운 지식 만으로는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없다.

뭐든지 찾아다니며 배워야 한다.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 선생도 ‘배워야 산다’가 모토 아닌가.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도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질문한다. 바둑이 취미다. 바둑에서 천천히 가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한다. 몰입과 슬로우를 병행하며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나이지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느끼는 차이가 있다.

‘기다리는 냄비는 절대로 끊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배움도 마찬가지다. 기다리다 보면 배울 기회가 없다. 찾아나서야 배운다.”

-김형석 철학자가 행복은 끊임없이 꿈을 좇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도 꿈을 꾸고 사는가.

“가곡을 부르는 것이 정말 좋다. 나도 모르게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자꾸 생긴다. 현재도 인터넷에서 배우고 싶은 노래의 악보를 구한다.

유튜브에서 배우고 싶은 노래의 영상과 음원을 찾아서 컴퓨터로 옮겼다가 다시 핸드폰으로 옮겨서 노래를 계속 연습한다.

아마도 매일 매일 현재보다 노래를 잘하고 싶은 꿈이 있는 것 같다. 노래가 좋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시간을 투자하고 그것을 즐기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고 행복감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노래를 배우는 것과 함께 글 쓰는 작업도 즐긴다.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이 꿈이다. 객관적으로 글 솜씨를 인정받고 싶어서다. 5년 이내에 수필집을 출간하는 것이 또 다른 꿈이다.”

-인생을 먼저 살아온 입장에서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기성세대와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가 젊었던 시절에는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다르다.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컴퓨터만 켜면 인터넷에서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의 지혜도 배우려 들지 않는다.

지혜는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는 인생경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의 철학이다. 그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식만으로 살아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상식 위의 지혜를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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