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복지
소통하는 복지
  • 안산뉴스
  • 승인 2020.10.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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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점가를 응원하기 위해 주민들이 도시락을 만들어 정성껏 배달한 후 마을에는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분위기가 부쩍 늘었다. 잠시 잊고 살았던 따뜻한 정서가 되살아난 것 같아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보답이라도 하듯, 상점가사람들 중심으로 홀로 사시는 어른들과 결연하는 초록친구 맺기 사업이 시작됐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씩은 안부 인사를 나누게 됐으니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마을에 이렇듯 서로를 돌아보고 정을 나누는 분위기가 늘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따뜻한 일인가! 과거에는 계, 향약, 두레, 품앗이와 같이 공동체로 모여 서로 돕는 사회 연결망이 있었다. 그런데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친밀하고 튼튼한 네트워크였다. 이는 학습으로 익힌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친밀감이다. 만나면 기분 좋고 하나라도 더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생겼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우리는 이런 마을에서 살았다. 농번기에 서로 경제적인 도움을 나누고 협동하는 것을 기본 삼아 만들었고 이웃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활용됐다. 과거의 부락은 이웃 간의 교류와 화합이 기본이었고 안전했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이웃과의 관계라고 하는데 여기에 근거한 조상들의 상부상조 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21세기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단절이라 할 만큼 개인주의에 익숙해져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볼 때 애잔하기까지 하다. 마을은 점점 소멸되어 가고, 전 국민의 20%가 매년 이사 다니며, 혼자 사는 가구 비율이 30%라는 통계만 봐도 이 얼마나 각박한 삶을 살고 있나 싶어 한숨이 난다. 악순환의 고리처럼 이웃의 어려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이타적 삶을 잊어버릴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필자가 생각하는 복지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부족함을 채워 물심양면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려는 것과, 풍성하게는 아니라도 너무 부족해 궁핍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편찮아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당했을 때 제 때 의료 혜택 정도는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을에서 만나는 이웃 중에는 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경우를 보게 된다.

따라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과 실천은 건강한 공동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굶어서 세상을 떠난 가난한 예술가 이야기나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관심과 연결의 끈이 없으면 도무지 찾아내기 어렵다. 전국에 3천 5백 개가 넘는 주민자치회나 위원회가 있고 5개 이상의 소위 직능 단체라 일컫는 통장 협의회, 새마을, 바르게살기, 적십자 등이 있고 그 외의 단체까지 합하면 수만 개의 봉사단체가 활동한다. 여기에 지역사회보장 협의회까지 더하면 마을에는 꽤 여러 단체가 복지를 확장하는 일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발굴 하는데 얼마나 집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 예컨대 꼭 혜택을 받아야 하는 주민을 찾는 중요함보다 사진 몇 장 남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들이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사진 찍고 흩어져 버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보여 주기식의 단체 활동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연말에 김장을 하고 조를 나누어 김치를 배달하던 중 한 분이 화를 내고 가버리셨다. 좋은 일에 동참하러 왔지 심부름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부자 집이 대상자가 된 것에 심한 거부감이 있었고 어떤 과정으로 선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모두가 수긍하고 동의하는 복지를 해야 한다. 동사무소를 행정복지센터로 바꾼 것도 복지의 중요성 때문이며 복지 팀을 두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데 소외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이번 일동 공동체가 진행하는 반려 식물과 콩 시루를 나누는 행사는, 홀로 사시는 대상자를 정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만들고자 하는 관계망이자 안전망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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