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톡톡, 마을톡톡1
정감톡톡, 마을톡톡1
  • 안산뉴스
  • 승인 2020.11.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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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일동의 축제는 조금 남다르다. 마을 일에 적극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면서, 기록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더해져 탄탄한 축제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역할을 나누어 구성하고 진행하다 보니 행정은 새로운 역할을 찾게 되고 풍성한 결과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주민의 역량을 신뢰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주민들이 주도한다고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분장이 되는 것이다. 어떤 마을은 행정의 도움 없이는 엄두를 못낸 다거나 동원에 익숙해져 매년 연탄 찍듯 무미건조한 행사를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전국에 3,500개가 넘는 주민자치가 있고 저마다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힘들더라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특색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축제는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마을 안의 네트워크를 발굴하고 촘촘히 엮어내는 소통의 한마당을 펼쳐내는 것이다.

일동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동네의 자원인 자연과 더불어 주민들이 행복한 축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실로 2017년 ‘정감’ 이라는 축제 브랜드를 만들었고 마을 브랜드 ‘정감톡톡’도 만들었다. 전부터 마을을 대표하는 로고를 만들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있었는데 마침 주민자치 대회 상금 1000만원을 받게 되면서, 전문 회사와 주민들이 수차례 만나 디자인을 정하고 문구를 만들어 특허출원까지 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주민의 관심과 참여, 애정이 베어나는 성과물이라 하겠다. 브랜드가 생기니 마을을 알리거나 홍보하는데 그만이며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이 공동체에게 위기이자 집합금지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모든 행사가 축소되고 취소되는 와중에도 온 마을을 꽃으로 물들이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주민들이 모여서 축제를 열었다.

물론 규정을 준수하면서 다행히 1단계 상황이라 그에 맞게 진행했고 축제 명칭도 마을 브랜드를 사용해 ‘정감톡톡, 마을톡톡’으로 정했다. 톡톡이라 함은 피어남을 의미하는데 정과 감흥이 피어나고, 씨앗에서 나와 열매들이 열리고, 꽃을 피워내는 성장이자 에너지이기도 하다. 거기에 마을톡톡은 확장이자 연결이다. 다양한 관계가 어우러지는 옛 시골 같은 따뜻한 마을의 귀환이다. 이번 축제는 마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임이 망라되어 함께 만들었는데 몇 곳만 소개하면 먼저, 청소년들이다. 일동은 학교와 마을의 관계망이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과정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지저분한 학교 담장에 벽화를 그리면서부터 급속히 가까워졌다.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자원봉사센터를 찾아가 지원을 이끌어냈고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학생들과 수다 떨며 100m 가까운 벽을 칠했다.

그 후 학교와 협력이 늘어 ’주민자치‘를 주제로 주민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자율학기로 몇 년 째 합창을 지도하고, 학교 앞 이중 주차문제나 위험시설 개선 등을 같이 해결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고, 청소년 버스킹 공연장을 만드는 일에도 적극 협력하여 설치하는 등의 성과도 상당하다. 학교는 마을이 필요로 하는 도움 요청에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예컨대 놀이뜰 정원 담장을 칠하거나 연말에 진행하는 산타학교에도, 축제나 주민 설문조사에도 수백 명이 참여하도록 도움을 주고 가정통신문이나 청소년 안전망 구축에도 적극 참여한다. 일동 청소년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축제를 열어 공연을 하고 다양한 부스를 운영할 만큼 기량도 있고, 마을 축제에 100명이 가면을 쓰고 온 마을을 행진하며 축제를 홍보하는 조직력도 있다. 이번 축제에는 일동청소년문화의집과의 콜라보로 축제의 한 축을 맡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볼륨을 높여라’를 비롯해 가면, 목걸이, 마스크 스트랩, 모스 액자, 디퓨저, 가죽 소품 만들기 부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고 체험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풍성함을 더하고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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