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문화융성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18.12.05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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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식

사무실 문을 열자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무엇인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작년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지 페어 코리아(G-fair Korea)’에 전시했었던 문화상품입니다.” 한글, 측우기, 앙부일구, 신기전 등이 사진과 안내문으로 작성된 위대한 임금 세종대왕, 안산 9경,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화가 단원 김홍도의 화첩, 농촌계몽운동가 최용신, 위대한 사상가 성호 이익, 다문화 특구 원곡동 등이다. 반응이 궁금했다.

“판촉물과 디자인업체, 기관 단체에서 아주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하니 “독립기념관에 납품하는 업체인 것 같은데 문의가 있었고 중국과 부산, 제주를 오가는 바이어는 ‘한국 상품으로 수요가 얼마나 되겠냐?’며 중국 자금성과 만리장성 등을 상품화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수원에서 오신 분은 수원성과 정조대왕을 제안했고, 멕시코에서 사시는 이민자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다.

안산시청 앞에서 2012년부터 출판과 디자인 업체 플러스비전을 직원 5명과 함께 이끌고 있는 원근식(52) 대표. 전공이 디자인이다. 한양대학교 박사과정을 5학기까지 마친 상태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원 대표는 “성실하다, 능력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40대가 되니 안정적인 삶도 좋지만 내가 해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사표를 낸 뒤 고향인 안산에 내려와 회사를 차렸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그게 무슨 뜻인가 되물으니 사람을 보는 눈도, 사람을 보는 눈높이도,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단다.

“직원일 때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주면 되는 것이었지만 대표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던데요. 순진할 수만은 없겠더라고요”라며 웃는다.

원근식 대표는 안산 출신이다. 상록구 사사동에서 자랐다. 당수초등학교와 반월중학교, 원곡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86년에 안산시가 시로 승격됐다. 안산시 승격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 물으니 “당시에는 몰랐어요. 아마 군에 가서야 알았던 것 같아요.” 왜 몰랐을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뉴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갈 무렵에야 전기가 들어왔고 아스팔트길을 구경하지 못하다가 수인산업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아스팔트 도로를 접했으니 시골이었죠.”

그래서일까? 원근식 대표는 아날로그적인 추억들이 안산에서 사라진 것을 몹시 아쉬워한다. “수인선 협궤열차 마지막 운행을 할 때 수인선을 타고 인천까지 갔다 왔었죠. 그 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지금이라도 협궤열차를 관광 상품화하고 염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수도권 시민들에게 안산을 좋은 이미지로 바라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관광 상품으로...”

원근식 대표는 안산이 공해도시, 범죄도시, 외국인이 많은 도시, 공업도시로 비춰지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백화점도 1개에 불과하고, 같은 오케스트라 공연조차 출연하는 단원이 서울과 안산이 다르죠. 안산이 문화적으로 낙후되고 문화에 대한 투자도 부족하죠.” 원 대표 생각에는 안산이 공업도시지만 판교나 광교,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공업도시다. 조금만 지나도 공업도시라는 위상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원근식 대표는 안산이 문화융성 도시, 인문학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안산이 다른 곳보다 문화자원이 많지는 않지만 성호 이익, 단원 김홍도, 상록수 최용신 선생처럼 분야 최고의 역사적 인물들이 있는데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을 가보면 우리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관광 상품화 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우리는 포장을 굳이 안 해도 될 훌륭한 역사적 인물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이 쯤 되니 문화상품을 만든 원근식 대표의 의도가 짐작된다. “안산 출신이면서도 안산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안산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저 같은 어른들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했죠.” 시로 승격된 지 30년이 더 지난 안산이지만 안산이 다른 도시들 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원근식 대표.

“정치인, 공무원, 교육청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기사 조차 안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내 고장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1년여 동안 기획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책을 읽고 만든 것이 3D 문화상품이다. 원 대표는 안산의 인물인 이익, 김홍도, 최용신 등 역사적 인물과 다문화 거리, 안산 9경을 지난 8월 쯤 제작해 안산시를 찾았다.

안산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소장용 관광 상품으로 관련 시설을 체험하는 청소년이나 시민들에게는 재미와 학습 기능을 담은 교육 홍보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었다. 안산시 공무원들은 색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으나 딱히 듣고 싶은 대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 실망하지 않았느냐 물으니 “상품화가 안 된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다른 생각으로 다른 것을 시도해 봤다는 것이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

일어나면서 사무실을 둘러보니 “높이 날아야 멀리 볼 수 있다”는 경영이념이 담긴 액자와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꿈을 꾸는 기업문화가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사훈 액자가 걸려 있다.

안산상의 회원사로서, 경기TP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자로서, 안산학 시민대학 동문으로서, 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을 밟으며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원근식 대표의 이런 자세라면 공들여 만든 문화상품을 시민들이 조만간 만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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