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톡톡, 마을톡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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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뉴스
  • 승인 2020.11.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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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기록은 중요하다. 행사를 진행하는데 과거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면 얼마나 수월하고 안정적일까! 준비 단계부터 마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가 결합하여 역할을 정하고, 책임을 맡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축제가 좋은 예다. 주민들에게 알려내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캠페인 효과는 덤으로 얻게 된다. 지난 해, 자원순환이 마을공동체의 주요 이슈이자 관심거리였고 자원을 아끼려는 여러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1회용품 안 쓰는 축제 기획이었고 상당한 정도의 효과를 얻었는데 주최 측이나 참여자 모두 취지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주민들의 참여가 적으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 주셨다. 마을 축제는 특정한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과거에는 몇 사람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축제가 있었고 으레 그러려니 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이 즐기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너무 당연함에도 특정 단체가 나서서 망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컨대 먹거리 부스를 독점하여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체험부스나 프리마켓을 지인 찬스로 운영하는 경우다.

사이다 한 병, 불어터진 국수 한 그릇에 5천원을 받아도 어찌할 수 없다. 왜 그렇게 비싸게 받느냐는 질문에 축제이니 이해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참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축제이니 더 정성껏 저렴하고 푸짐하게 내는 것이 도리인데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이렇듯 관행처럼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고 부끄러운 일임에도 행여 틀을 깨려고 하면 사단이 난다.

우리가 하지 못하면 아무도 못하고 지금껏 그렇게 해왔으니 시비 걸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 힘들더라도 반드시 끊어야 할 고리임에는 분명하다. 일동도 과거에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주민협의회 안에 모든 단체가 들어가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지난번 정감톡톡, 마을톡톡(정원 축제)에 청소년들의 활약을 소개해 드렸는데 이번에는 ‘일동상점가사람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몇 년 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주민 한 분이 주말마다 책 수레를 끌고 책을 대여해주기 시작하면서, 가게 운영 때문에 쉽게 책을 빌리지 못하던 상점가 주민들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교류가 생기면서 처음 한두 상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100여 개 상점이 참여하는 마을공동체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경기도에 상점가로 등록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생기는데, 3백 미터 내에 50개 이상의 상점이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일동은 타 지역처럼 번화가도 없고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자격에 미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상인대학을 열고, 컨설팅도 받으며 일동의 자원인 녹지와 공원, 정원을 주제로 특색 있는 상권을 살려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열심히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멋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듯 주민들은 열정으로 행정을 움직여 인정을 받게 됐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가게 앞에 가로수 정원과 플랜트 정원을 만들고, 마을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저렴한 먹거리로 축제를 풍성하게 하며 홀로 사는 어르신과 결연을 맺어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연을 가진 마을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만들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스럽다. 이번 축제에서도 상점가사람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문화와 통하다는, 우리동네 소일담으로 가게 앞에 전시회장을 만들어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엽서로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마을정원 사진전에 가게마다 특색 있는 체험 부스를 만들었다. 바람 떡을 만들고, 손 소독제, 휴지는 그만 손수건, 반려식물 만들기와 분갈이, 커피 퇴비, 다육아 옷 입자, 에그스톤, 우드버닝, 나무주걱 만들기와 플랜트 정원 DIY, 장수사진 찍기 등 다채로운 꺼리를 마련됐다. 체험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마을은 이미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축제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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