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업이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우리는 기업이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0.11.24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유진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올해만 열다섯 분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지난 12일에 숨진 택배기사 김OO씨는 사망하기 4일 전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어제도 새벽 2시까지 배송했는데 새벽 5시 집에 가면 한숨도 못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 해야 해요. (..) 저 너무 힘들어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청년 전태일 열사는 외쳤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아간 것일까?

50년 전 근로기준법에 이미 명시되어 있었듯,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충분한 휴식시간과 일터에서의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제 이 문장에 이의를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어떤가.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권리가 지켜졌더라면 택배노동자들처럼 쉴 새 없이 일하다 과로사하는 이도, 구의역 김 군이나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님처럼 위험한 노동을 혼자 수행하다 목숨을 잃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왜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자들이 책임과 의무를 나몰라라 하고 있어서다. 바로, 고용의 주체인 기업 얘기다.

일터의 노동조건은 기업이 만든다. 노동현장의 ‘위험’ 또한 기업이 만든 것이다. 그러니 만든 자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일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휴식할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게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이 너무 낡고 빈틈이 많다. 지금은 노동자가 죽어도 경영자와 원청기업이 전혀 처벌받지 않는다.

산재가 발생해서 사람이 죽고 다쳐도 몇시간 뒤면 다시 공장이 돌아가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영업이 재개된다.

우리가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을 묻는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지만 이제껏 제대로 하지 않아 지금 이 모양이 됐다.

은유 작가의 말마따나 “세상을 바꿀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힘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야 한다. 우리가 힘을 모아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사람에게 재해를 입힌 기업의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물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꼭 이뤄야 한다.

현재 10만 명의 국민동의를 얻어 상임위에 올라간 이 법을 국회가 통과시킬 때까지 관심 갖고 목소리내야 한다.

“용균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故김용균 어머니 김미숙님)

12월 10일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스물네 살 김용균 청년의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에 안산청년네트워크는 김용균을 죽게 만들었던 불합리한 노동의 현실을 알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캠페인을 진행한다.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퇴근시간 중앙동 월드코아광장(화,목)과 상록수역(수)에서 진행되며, 마지막 날은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퇴근길에 오셔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함께 힘 모아,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