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이론이 아니다
마을은 이론이 아니다
  • 안산뉴스
  • 승인 2018.12.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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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엊그제 새해가 된 것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해 일동은 10개가 넘는 공모사업을 진행해 주민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좋은 사례를 많이 남겼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경기도따복공동체지원센터, 경기도와 안산시 매칭사업 등 업그레이드된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사업 하나하나마다 정겨운 사연들이 있고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하다.

아빠 모임은 해마다 운동회를 열어 가족들과 주민들을 초청하여 흥겨운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을 위해 숲 놀이터를 만들기도 하고 엄마에게 쉼을 주기 위해 아이들과 며칠 동안 들살이를 떠나기도 한다. 엄마 모임은 대화를 통한 내면 치유인 ‘내면아이’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함께 맞는 비를 통해 마을살이와 삶의 연관성을 찾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마을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주말마다 마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20여 년 전, 공동육아로 모인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이제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며 놀이 꽃으로 피어나는 공동체 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내는 합창의 화음도 만들어간다.

높은 소리, 낮은 소리, 굵은 소리, 가는 소리,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화합을 이루어 가는 마을. 울타리를 넘어서 마을과 만나고 세상과 만나기 위해 힘쓰는 주민모임이 다채롭게 활약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노란풍선 캠페인을 펼치면서, 조금씩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단속 권한이나 지도 권한은 없으나 주민의 의식을 깨우는 사례를 만들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동네반딧불은 30명이 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을을 모니터하면서 꽤 많은 개선을 이뤘고 정기적으로 모여 마을의 든든한 보안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을에는 네트워크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모임들이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대관계를 맺지 못하면 마을공동체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일등동네주민협의회를 만들어 낸 주민들의 혜안(慧安)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모 과정에서 지혜롭게 교통정리를 하고 중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가는 주민들의 역량도 대단하고, 전문가가 아닌데도 서류를 스스로 만들고 PPT 준비와 진행도 수준급이다.

이렇게 주민들은 자치의 역량이 커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마을을 이론으로 소개하고 틀에 맞춰 계량화하는 경우를 본다. 전문가라고 하는데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외계어처럼 말하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 정도로 정형화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현장에 기인한 공감되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

기본적인 수치나 지명조차도 맞지 않는 민망한 경우도 흔하다 보니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 보게 된다. 이론으로 접근하는 마을에 무슨 비전이 있겠는가! 주민자치나 지방분권은 머지않아 실시되는 마당에 잘된 실제 사례들이 많이 보급되어야 하고 네임밸류 있는 선도지역도 많아져서 교류하고 배워야 한다.

필자가 지난 4년 넘게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지고 볶는 동안 40대였던 나이가 50대가 되었고 주민자치위원의 역할도 끝났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보다는 자부심이 크다. 어떤 이론보다 값진 마을공동체의 실기를 대과없이 마쳤다는 것과 함께 우리 동네를 자랑할 만큼 애정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론으로 배웠다면 얻지 못했을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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