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
어김없이 새해
  • 안산뉴스
  • 승인 2021.01.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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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또 다시 새해가 밝았다. 필자는 지난 해 초 게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을 예로 들어, 누구나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운을 탓하거나 남을 탓하지 말라고 했다. 환경이나 이웃, 자기 자신도 탓하지 말라고 했다. 탓한다는 것은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문제를 만났을 때 객관화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지혜롭게 풀어낼 방법도 있을 거라 믿었고 어떤 난제를 만난다 해도 반드시 극복하리라 생각했다.

칼럼을 쓴 지 딱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 여느 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중함으로 새해를 맞게 됐다. 안 가봤으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열심히 달려보는 시작의 설렘을 말하는 것이 사치스러울 만큼 온 나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 하다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이야기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학자의 말처럼 확실한 것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면 기회가 올 것이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낙오할거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67년 만에 보신각 타종 행사가 취소되었고 70년 만에 동계체육대회, 전쟁 때에도 이어졌다는 종교 행사도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가히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소상공인을 비롯한 많은 가게들이 폐업했고 재난지원금이라는 인큐베이터에 의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24년 전에 태어난 슈베르트가 작곡한 작품 중에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가 있는데 눈 오는 거친 광야를 걷는 고독한 삶을 24곡으로 애절하게 표현했다. 여행 같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힘든 시간들이 멜로디 안에 켜켜이 쌓여있다.

학창 시절에 불러보고 잊었던 이 유물 같은 곡들이 최근 콧노래가 되어 30년 만에 필자에게 소환되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무게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사에서처럼 절망 뒤에 만나게 될 희망의 메시지다. “넘치는 눈물은 계속 눈 위에 떨어지고 나의 불타는 슬픔은 눈 속에 파묻힌다. 초목이 돋아날 때에 따뜻한 바람이 불면 얼음이 녹고 눈도 녹으리라.” 지난해, 필자는 코로나19라는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강연과 멘토링, 컨설팅, 벤치마킹, 주민자치회 필수교육, 마을활동가 양성교육 등을 진행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주민자치 역량강화나 공동체 활성화, 주민자치 지원관 대상의 강연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갈등하는 주민자치 위원들이 강연 중에 언성을 높여 싸웠던 것과 땅 끝 마을 해남의 순수한 활동가들과의 만남, 무안의 공동체를 고민하는 농부들, 울산의 마을 확장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과정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 시민총회로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광주의 여러 곳에서 도전을 받고 온 것이다.

자치와 공동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전국의 마을들과 그 도도한 물결 속에 함께하고 일조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크다. 경기도마을공동체에서 공모사업으로 진행한 마을 안의 세 단체 이상이 컨소시엄 사업의 멘토가 되어 참여하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수원과 파주를 맡아 소통하는 주민들의 모임인 주민협의회로부터 스스로 분과를 구성하여 의제를 발굴하고, 사람을 찾고, 마을을 꼼꼼히 돌아보며 장단점을 찾아 이듬해 사업을 주민총회에 붙여 온오프라인을 이용해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까지 최선을 다했다.

화성의 새솔동과 양감면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진행한 컨설팅도 주민자치에 대한 기대감을 주며 시야를 넓혀주는 것으로 역량이 강화되도록 노력했고 컨설팅 이후 달라진 모습을 체감할 정도로 수준이 향상된 것을 보며 올해 활동이 기대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화성시는 주민자치 강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난해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제도정책분야’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주민자치 필수교육에 참여한 대전시와 광명시, 평택시는 올해 주민자치회를 실시한다. 공동체는 만나야 한다. 올해도 많은 곳에서 주민자치는 들불처럼 번질 것이고 바이러스의 공포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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