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가 사업인가?
주민자치가 사업인가?
  • 안산뉴스
  • 승인 2021.01.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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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얼마 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주민자치가 빠져서 충격을 줬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이는 행정복지센터를 만들어 놓고 주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백번 양보해 이해해 보려 해도 말이 안 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넌센스다. 그렇게 당하고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어리석은 처지에 서글픈 마음이 든다.

지금, 전국에서는 당초 26조에 규정되었던 주민자치회 설치 조항의 복구를 바라는 서명과 챌린지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법안이 통과되고 난 후 정치인들의 자화자찬이다.

지방 정부는 개정안 통과를 간절히 염원했다고 하는데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골자를 보면,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고 행정 수요와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를 특례대상으로 특별하게 대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초 자치단체 지위는 유지하면서도 일반 시와 차별화 되는 법적지위와 ‘광역시급’에 준하는 행정, 재정적 자치권한 및 재량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 자치단체 유형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주민자치의 자리는 없다. 필자가 과거 누누이 말했던 바, 지방은 살려 달라고 하면서 자치는 죽이고 분권은 요구하면서 주민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그 어느 자치 단체도 주민자치를 복구해 달라는 의견을 내지 않았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는 엄연히 다른데 8:2의 중앙과 지방의 예산 구조를 6:4로 만들어 불균형을 줄여 보겠다는 것과 거기에 더해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 인력 도입과 시·도의회 의장에게 사무직원 인사권 부여, 지방의회에 윤리 특별위원 설치 의무와, 지방의원 겸직금지 등의 내용도 담았다. 지방정부 나라님들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정부의 홍보 자료를 보면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주민중심의 지방자치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근거를 보면 제1조의 목적 규정에 ‘지방자치 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 명시와 17조의 주민의 권리 확대, 19조의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정과 개폐 청구가 가능한 주민조례 발안제의 도입이다.

세상에, 주민자치회 조항을 빼고 주민참여가 확대 됐다고 하는 말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비웃음거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봉급 따박따박 받아가며 권세 누리는 위에 계신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풀뿌리 현장에서 자기 시간과 돈 들여가며 이제나 저제나 주민자치를 위해 헌신하는 바보 같은 주민들은 지금의 왜곡을 누구보다 잘 알고 분노하고 있으니 그들의 원성을 가벼이 보지 마시라.

그런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서명 운동을 방해하는 황당한 문자가 조직적으로 돌고 있다. 관치를 고착화하는 서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황당한 말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힘을 모아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분열을 만들고 있는 세력은 진정 주민자치를 알기나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주민자치가 사업인가? 그들은 전국에 조직을 만들고 원로회의니, 고문단이니, 대표자 회의니 해가며 논공행상을 하고 있다. 조례에 대해서도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신랄하게 비판만 한다. 이미 상당한 조직을 만들었고 자신들만의 주민자치회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주민자치에 꼭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굳이 따로 법안을 만들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황당하다. 그들은 지금도 강사단을 구성하여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잡지도 발행하고, 방송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주민자치 교육도 진행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나 지자체에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필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주민자치마저 편을 가르고 사업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어떤 사업권이 있는지는 모르나 주민자치가 특정한 단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적어도 현장 경험 없는 사업가의 모사(謀士)가 절대 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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