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 안산뉴스
  • 승인 2021.01.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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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학술센터 소장

다원주의자들은 단일한 가치관의 지배가 아닌 개인이나 집단의 서로 상이한 가치관, 이념, 추구하는 목표를 인정하자는 입장을 주창한다. 이 사상은 집단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사회에서 권력엘리트에 의해 지배되기보다는 경쟁, 갈등, 협력 등이 조정·운영되고, 합의된 공동체의 의사결정과 권력구조를 지향한다. 하지만 다원주의 사회는 민주적으로 비춰질 수는 있으나 가치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충돌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안산은 원주민이 약 2~3% 내외 수준이고 이주민이 그 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민은 충청도 약37%, 전라도 약34%, 경상도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고, 전국에서 뿐만 아니라 다국적, 다민족이 약 10% 이상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으니 다문화 도시요 다원화 사회이다. 대부분의 이주민은 도시화 물결 속에 먹거리를 찾아 이곳 안산에서 정착하였다. 안산은 기회를 부여했고 제2의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었으며 자녀를 낳아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축복의 땅이었다. 그런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20~30여년의 시간이 훌쩍 가버렸고 인생의 가장 역동적인 청·장년기 시절에 일하며 보낸 안산은 제2의 고향이다. 그래서 도시 안산의 사회적 근저는 “일거리 찾아 잘 살아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지닌 시민들의 공동체”라고 지난 칼럼에서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주민은 타지역에서 적응하고 잘 살아내야 하는 걱정과 부담을 안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고향 사람을 찾았고, 인생의 대소사를 공유할 모임을 만들었으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향우회, 단체를 찾아 소속하고 의지했다. 이러한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듯 안산은 타도시에 비해 단체와 종교집단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 형성된 안산의 다원화된 사회는 개인과 개인의 갈등뿐 아니라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합리성에 호소하기에는 정체성 때문에 인식의 전환이 쉽지 않다.

다원주의 이론가들은 이 상황에서 민주적인 합의가 가장 유효·적절하다고 한다. 비록 서로 주장이 다르더라도 정치적으로 평등한 모든 시민들이 합의할 때, 그 갈등은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될 것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다원화의 사회문제는 궁극적으로 자유주의의 제도적 토대 위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적 해결을 위한 시민의 대표, 즉, 정치인의 선출과정에서 지역은 사분오열한다. 각 지역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당파로 분열하고, 당내 후보 간 지지자들이 갈리고, 이를 중심으로 행정조직, 시민, 집단, 단체, 개인 간의 갈등은 네 편 내 편으로 고착된다. 그 결과 비주류 집단은 주도권을 쥔 주류집단에게 사회적 재화 중 자신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고소, 고발, 폭력으로 불평등의 관계를 저항한다. 이렇게 볼 때 자유주의가 채택한 제도적 방법으로는 다원화 사회의 갈등을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제1대 국립생태원 원장을 지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하버드대 생태학 박사로서 생태의 진화와 인간의 바람직한 삶을 비교하는 철학적 강의가 유명하다. 그는 생물학적 생태계에서 가장 번성한 사례가 식물인데 그 원인에는 꽃과 곤충의 관계이고, 또 다른 사례로는 악어와 악어새의 협력적 관계로 설명한다. 자연생태계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놈은 없구요, 손잡은 놈이 손잡지 않은 놈을 밀어내고 살고 있어요” 강력한 교훈의 메시지다. 협력이 결국 경쟁에서 이기는 힘이라는 것을 최재천교수는 아니 자연의 생태계는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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