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안 보이는 주민자치회(1)
길이 안 보이는 주민자치회(1)
  • 안산뉴스
  • 승인 2021.02.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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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안산은 2곳의 주민자치회와 23곳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가장 큰 특징은 먼저 읍·면·동 지역 개발을 위한 지역발전 계획, 지역자원 활용, 마을 만들기 등과 주민 간 이해 조정으로 지역 내 행정구역 변경, 혐오 시설에 대한 설치나 철거, 학교 통폐합 그리고 행정의 추진 사항에 대한 지역 내 투자유치 계획, 교통 신호 개선 등 의견을 낼 수 있다. 이것을 협의, 심의 업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주민자치 업무로 축제, 체육대회 등의 행사와 마을 신문·소식지 발간, 생활 협동조합 운영, 동호회나 스포츠 활동과 자율 방범, 안전 귀가를 돕는 활동 등이다. 그 다음은 위탁 수탁 업무인데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자치회에 위탁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를 적극 발굴하여 사업화하는 것이다.

포괄적으로 읍·면·동·시·군·구와 주민자치회가 위탁 수탁 사무 협의를 통해 위탁사무 내용, 위탁기간, 사업비, 수탁자 선정방법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업무다. 협의, 심의 업무와 주민자치 업무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권한이 늘어나는 정도로 강화됐지만 위탁 수탁 업무는 새로이 포함된 자치의 상징적인 업무로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에 근거하고 있다.

예컨대 시설과 장비 관리, 서비스 제공 사무, 주민자치센터, 작은 도서관, 공영 주차장, 공중 화장실 등 공공 시설물을 관리하고 마을 휴양지나 유적지 관리,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 등 복지서비스 대상자 발굴 및 지원하는 업무다. 주민자치회가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문화예술, 체육시설 등 주민이용 개방시설도 관리할 수 있다.

민간 영역의 공공성 확대와 주민자치회의 재정 마련 차원에서 행정의 관심과 결단이 있어야한다.

수탁 제외 사무도 있는데 지도, 단속, 규제, 감시업무 등과 관련되어 있거나 의료 급여 등의 수급자 조사 업무와 같이 행정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기기 전 동정자문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이 단체는 동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대해 자문을 하는 역할을 했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해산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주민자치회가 생겼으니 주민자치위원회는 그 소임을 다했고 해소되는 것이 순리다.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지역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기존 위원회의 몫을 인정하거나 단체의 비율을 정해서 추첨 방식으로 선발하는데 안산의 경우도 8시간의 교육과 일정 비율의 단체 몫을 인정했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경우 선발 과정을 놓고 황당한 소식들이 들린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일정 정도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보이콧을 해서 주민자치회 설치를 방해한다거나 조례를 만드는 시의원을 구슬려 합의로 만들어낸 조례를 바꿔 버리는 경우까지 있다. 요지경 속이다. 기존의 위원들이 당연히 계승해야 한다는 발상도 염체 없지만, 계획이나 역량강화도 없이 주민자치회를 늘리겠다는 행정도 문제다.

필자가 활동하는 안산을 보자. 내년 25개 전동에 주민자치회를 실시한다고 하는데,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일동과 원곡동의 경우 시의회가 움직여주지 않아 행정 발의로 시작했다. 조례의 8조 권리는 모두 빠졌고 5조 의무만 남았으며, 위원 수도 지역 인구에 비해 대표성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사무국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형편없는 지경으로 아직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푼돈 예산을 주면서 내년에는 5억을 주니 10억을 주니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공수표를 날린 꼴이 됐다. 올해 예산도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데 과연 내년에 모든 동에 실시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다.

필자는 수백 회 강연을 다니면서 준비 없는 주민자치회의 고소, 고발 등 극심한 갈등을 수 없이 목도했다. 분명한 것은, 준비 없는 주민자치회가 남발될 경우 난장판이 될 거라는 것과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위탁 수탁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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