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개·돼지(?)
국민이 개·돼지(?)
  • 안산뉴스
  • 승인 2021.03.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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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조직적인 투기 의혹 사건이 터졌다. 맹지에 수만 그루의 수목을 심고, 인근 농협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매입했다고 한다. 국민이 허탈에 하고 있다. 이는 확신 없이 행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그 조직의 수장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므로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산 것은 아닐 거라고 두둔한다. 정말 이분이 국민을 개·돼지로 아나 분노가 치솟는다. 문뜩 영화 ‘내부자’의 결정적인 장면 즉, 부패한 정치가, 언론인, 기업가의 밀담장면이 떠올랐다. 영향력 있는 일간지 논설주간이 “어짜피 대중들은 개·돼지들 입니다. 뭐 하러 개·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워딩 말이다.

‘내부자’ 영화의 섬뜻한 워딩이 뇌리에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 시켜야 한다. 어짜피 다 평등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어차피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개·돼지들을 먹여 살리지 않느냐. 사회가 합리적으로 굴러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신분의 차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처음부터 불공평하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민중은 그저 먹고살게 해 주면 그만이다….”고 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는 게 아닌가. 국민 모두 충격에 빠졌다. 영화가 현실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그는 의미전달에 오해가 있었다며 국민께 백배사죄 했지만, 이것이 기득권층의 일반적 선민의식이라면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정의와 자유민주국가의 시스템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광명·시흥 L.H 투기사건에서 국민의 분노는 공익성과 투명성을 저해한 국민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라는 데 방점이 있다.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해당 공무원이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사익을 취하고 이에 더해 정치인과 지방자치 공무원도 토지매입을 해왔다는 제보가 쏟아진다고 하니 정말 씁쓸하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가 참여하는 1차 합동조사단과 당정청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왜 과거 1,2차 신도시 투기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의 수사참여와 징계수위는 빠졌나. 어쩐지 엄정할 것 같지 않다. 시끄럽게 모양만 신속·엄정이고 혹시 4,7보궐선거를 겨냥해 뿔난 여론 잠재우기용 수사가 아닐지 의심스럽다.

과거 안산에서도 반월공단 조성을 위한 원주민의 토지 매입과정에서 산업기지개발공사는 보상가격, 보상시기, 이주시기 등 장래 생계를 결정짓는 중대 문제에서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강제수용에 따른 대토와 이주비로는 주택 건축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평생 농사짓던 생계수단을 잃어 일용직 노동자, 경비원, 환경미화원 같은 임시직으로 생활을 영위하였다. 게다가 원주민 땅 보상은 평당 30원 이었는데 10년 뒤 정부 분양가는 평당 35만원 이었다. 과연 신도시 개발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안산 신도시 개발 정부정책은 박정희 보수정권에서 시작했고 광명·시흥 신도시 정책은 민주화를 부르짓는 문재인 진보정권이다. 그래서 위의 폐해는 보수·진보 정치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헤게모니를 가진 기득권 세력이 헌법정신에 부합한 공정과 공평을 진정성 있게 수행하느냐가 이 문제의 본질이다. 선거를 앞둔 보여주기식 정책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말자. 그래서 L,H 투기 사건이 진정성 있게 처리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국민이 개·돼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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