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귀가 멀어버린 사람들
마음의 귀가 멀어버린 사람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1.03.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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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대표이사

최근 안산시의 ‘시의회와 소통·협력강화를 위한 업무추진 매뉴얼’이 오히려 소통의 걸림돌이라며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의회와의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해 소통창구를 일원화 하겠다는 ‘의회업무처리 매뉴얼’이 의정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발끈한 것이다.

의회가 발끈한 시청의 ‘의회업무처리 매뉴얼’ 내용은 이렇다. 의정활동 참고자료는 생산문서만 가능하고 비공식적 개별자료 제출은 불가다.

상임위원회 간담회 자료는 부서에서 직접 메신저로 의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로 송부하던 것을 혁신법무과에서 일괄 취합해 의회(공문)로 송부한다.

시의원의 집행부 각종 위원회 추천의 경우 기존 관례를 무시하고 법령과 조례에 추천 근거가 없는 위원회는 미추천한다.

시의원의 현장방문과 면담, 연구모임 등의 관련부서 참석은 공문 요청 시 참석한 후 처리결과를 제출하라. 의원이 직접 발의하는 의안발의 조례안은 시청 혁신법무과를 거쳐 시장 방침 결재를 받은 후 검토 자료를 제출하라 등이다.

A4 한 장 분량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은 지난해 10월 본청과 사업소, 구청, 동행정복지센터 등에 전달됐지만 어떤 이유인지 정작 시의회와는 논의조차 없었고 공식적으로 전달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공문이 의회에 전달되지도 않았음은 물론 경기도내 어떤 시군도 이런 내용의 공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회는 밝히고 있다.

의회운영위원회 김태희 위원장은 최근 보도자료 배포에 이어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시청의 불통행정에 대해 작심한 듯 쏟아냈다.

의회에 접수되는 민생현안 대부분은 공무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내용이거나 시간을 다투는 것이어서 자료 요구 시 절차를 거친다는 이유로 늦어질 경우 때를 놓칠 우려가 있다.

의원이 직접 발의하는 의안발의 조례안까지 시청 혁신법무과를 거쳐 시장 방침 결재까지 받으라니 시청이 의회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어처구니가 없다.

‘의회업무처리 매뉴얼’ 모두가 의회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제한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다.

의회와 시청은 지방자치의 양 수레바퀴다.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두 기관이 대립각을 세워서는 안 된다.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의회는 민생을 대변하는 기관이고 시청은 민생을 돌보는 기관이다. 두 기관의 불통은 결국 시민과 직결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회를 무시하는 행위는 결국 시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필자는 공직사회와 시장이 ‘마음의 귀가 멀어버린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무력은 모든 것을 정복하지만 그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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