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안 보이는 주민자치회4
길이 안 보이는 주민자치회4
  • 안산뉴스
  • 승인 2021.03.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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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협동조합 이사장

언제부턴가 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는 관계와 연결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소통과 배려가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조선시대의 향촌사회 자치규약 이었던 향약을 비롯하여 두레, 계, 품앗이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노동 공동체로써 경제적인 연대와 도움 그리고 친목 도모가 목적이었다. 거기에 더해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서로 주고받으며 유대가 일상화 된 끈끈한 관계망이 유지되었다.

이런 관계 안에서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 공동체도 가능했다. 그런데 산업화를 거치면서 관계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었고 개발 논리에 매몰되어 가족, 이웃, 마을에서의 연결이 끊어져 버렸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공동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제가 성장했다고 치적을 내세우고 선진국이 됐다고 자랑하지만 잃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과 이를 방치하여 회복의 길을 찾지 못한다면 삶의 질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이 혼자 사는 1인 가구 시대일 정도로 공동체 형성의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성과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행정의 철학과 지속적인 관심, 지원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권력은, 권한을 위임 받은 날로부터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하지만 갈수록 주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만 제도를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시민에게 필요한 제도는 찾아보기 힘들고 설령 만들었다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자리차지하고 빅 마우스 행세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 모습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시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다. 비싼 녹봉(祿俸) 받고 자리 보존하고 있으면 거기에 맞는 실력을 보여주거나 그게 안 되면 열심히 공부라도 해서 쫒아가야 할 터인데 이도저도 아닌 것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 필자도 과거에는, 언젠가 달라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관심조차도 사라지고 있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자치분권을 이뤄내겠다”고 하는데 어떤 시민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필자의 마을인 안산시 상록구 일동은 2017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 대상을 받은 이후 지금껏 셀 수 없이 많은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비롯한 다양한 주민모임이 선진지(先進地)로 정하여 방문했고 지금까지도 연대하는 곳이 많고 주민자치를 한다면 일동처럼 하겠다는 곳도 상당하다. 그런 유명세로 인해 필자는 경기도와 인천 등 여러 지역의 멘토 활동과 자문,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자치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고 이번 경기도 마을종합지원사업에서는 성남의 논골과 함께 사업모델 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런 외부적인 영향력과 네임 밸류에 비해 내부적인 대우는 초라하다 못해 형편없다.

사례를 내는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역의 성과로 오롯이 받아 안으면 될 텐데 그런 움직임은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의도적인 무관심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에 일동은 주민자치의 국가대표지만 연습할 곳이 없어 이곳저곳 전전하는 처지와 다를 바 없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발굴하고 관심을 보이면서 정작 우리 지역의 사례에는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변변한 지원이 없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지역에 대한 애정도 떨어졌다.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행정의 지체 높은 분께 일동의 자치를 키워야 한다고 건의 했더니 지금 임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임원이 구성되면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년을 염두에 둔 발언 같은데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는 왜 국가대표 행정을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7년 주민자치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며 버텨왔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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