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군도 그랬다
구의역 김군도 그랬다
  • 안산뉴스
  • 승인 2018.12.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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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원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청년 24살 노동자가 첫 직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님은 야간 근무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김용균님은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 설비를 점검하고 끼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맡았다. 어른 남자 상반신이 들어갈 만한 공간에 몸을 집어넣고 옆을 보면서 석탄을 꺼내는 일이었다. 홀로 해선 안 될 위험한 업무를 홀로 감당하다,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고인의 동료들은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전한다. 식사 시간이 돼도 ‘그만하고 와서 식사해’라고 누군가 말을 할 때까지 열심히 일만 했던 청년이라고 용균님을 기억한다.

용균님의 업무는 2인1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다. 업무를 외주화한 사측은 ‘인력 수급’을 핑계로 2인1조 근무 원칙을 무시한 채, 입사 3개월 차인 용균님을 홀로 근무하게 방치했다. 결국 그는 위험 업무 외주화의 희생자가 돼 버렸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0년부터 8년간 1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지만, 항상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회사는 경영 효율성 등의 명목으로 직접 고용으로 채용해도 될 직원들을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했고,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떠밀었다. 안전 인력 충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원이 항상 부족했기에 2인1조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사고는 되풀이 되어, 노동자들은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김군 사고에서도 2인1조가 지켜지지 않았다. 고장 신고를 받은 김군은 홀로 구의역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려면 반드시 전동차가 오고 있는지 망을 보는 사람이 필요했지만, 김군은 혼자였다. 결국 혼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가 역으로 진입하는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가 매고 다녔던 가방엔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인력이 부족한데 고장까지 잦아 늘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기에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때워야 했다.

용균님의 유품에도 부족한 식사 시간 탓에 늘 끼고 살았던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석탄 가루가 잔뜩 묻은 작업복과 수첩, 과자, 샤워용품도 함께 있었다.

지난 13일 저녁, 안산 중앙역에서 청년들이 모여 추모 촛불을 진행했다. 17일부터 중앙동 월드코아 광장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울분을 쏟아내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님을 추모하고, 작업모와 마스크를 쓴 앳된 청년의 얼굴을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시민들은 추모의 글로 고인과 가족을 위로하고, 정부와 사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석탄가루 묻어있는 너의 작업수첩, 컵라면, 고장 난 손전등... 위험의 외주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또 다른 용균이가 이 땅에 계속 생기겠지!”, “돈으로만 보지 말고 사람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더 많은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야 하나. 노조의 지속적인 인력 충원과 2인 1조 근무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죽음이다. 외주·하청 구조, 밤샘 근무, 1인 근무가 그를 가족 곁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한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한 명 이상의 하청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죽어 나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친구들을 잃을 수 없다. 청년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바라며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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