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산타
마을산타
  • 안산뉴스
  • 승인 2018.12.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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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이사장

동네 안에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사실, 마을 일이라는 게 그냥 지나치면 할 것 하나도 없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할 일이 너무 많다. 마을에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포함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많다. 단체 활동으로 바자회나 행사를 진행하고 기금을 마련해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소외된 가정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 마을 청소를 대대적으로 하거나, 장마나 폭설이 내리면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나와서 힘을 보태기도 한다.

최근에 복지와 관련한 단체가 생겨서 사각지대였던 세밀한 복지에도 손길이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복지단체는 복지만 하고 봉사단체는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는 각자의 역할을 하다가 도움이 필요한 행사에 서로 역할을 분담해 돕는다. 식목일에 모두 참여해 나무를 심거나, 김장을 하는데 배추를 씻고 양념을 만들고 김치를 담가서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누는 일까지 함께 한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겠지만 이런 협동의 과정이 마을공동체의 출발점이다.

일동 주민들은 지난 1년 모이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집중했다. 새해 벽두부터 행정복지센터 옆에 체육문화센터 공간을 만드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전문가, 행정과 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만들기 위해 중간지원조직인 안산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지난해 가을부터 도움을 요청했고 새해 예산이 배정되자마자 디자인대학을 열었다. 이런 과정은 가을까지 이어졌고 9월에 최종 도면에 주민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되는 놀라운 성과도 만들어냈다.

순천의 어느 공무원 책상에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 1번, 시민의 생각은 언제나 옳다. 2번, 일을 진행하다가 행여 시민의 생각이 의심이 되거든 1번으로 돌아가라.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 주민들은 체육문화센터의 관리를 원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사례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100년이 가도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시설 만들어놓고 안산도시공사에 관리를 맡기면 정작 주민들은 그 공간을 쓰기 위해 서류를 쓰고 허락을 얻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그 공간은 주민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시설들이 그런 식으로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민의 공간이라 부르기 면구스러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역량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이 문제다. 마을활력소를 만들고 마을사용설명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은 수십 차례 모여 진행과정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여 줬다. 주민들이 사용할 활력소 공간과 마을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낸 52페이지 분량의 설명서까지 모이고 또 모여 정성껏 만들어낸 과정이 정말 놀랍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과정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리는 또 새로운 일을 꾸미기로 했다. 이름하여 청소년과 함께하는 ‘마을산타’다.

청소년 산타 100명과 주민이 한 팀이 되어 사랑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선물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자는 취지다. 청소년의 반응이 뜨거워 벌써 정원을 채웠다. 성악교실의 86세 아버님도 흔쾌히 참여하신다. 어른들은 온정의 참가비가 있는데도 선뜻 동의해 주신다. 100명이 훨씬 넘는 주민들이 마을의 해피바이러스가 되어 북적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상점가 회원 한 분은 50만원을 쾌척해 주셨고 또 다른 상점 사장님은 쌀 10KG 10포대를 주시고 앞으로 매달 지원해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그 외에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감동이 매일 생겨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역할을 원하시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마을은 이렇게 확장되고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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