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합니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12.1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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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나는카페 안산점 매니저

 

프로필

-1980년 충남 논산 출생

-바리스타 1급자격 취득

-커피지도사 1급자격 취득

-홈카페 마스터 자격 취득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평생교육사 자격 취득중

전업주부에서 카페 매니저로 변신해 현장을 누비며 평생교육의 열정을 불태우는 이가 있다. ‘나는카페 안산점’ 김수환(38) 매니저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주위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 매니저이지만 1급 지적장애 아들이 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감추려하기보다는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김 매니저는 오히려 장애 아들을 통해 배운다고 말한다.

김 매니저는 가정에서 장애 아들과 씨름하며 세상사가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 바깥세상을 알게 되면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현재 일하고 있는 안산시평생학습관 내에 있는 ‘나는카페’도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커피 전문점이라고 전한다. 그는 폐점 위기에 있던 ‘나는카페 안산점’를 살려내기도 했다.

평생학습만이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김 매니저는 바리스타 1급 자격에 이어 커피지도사, 홈카페 마스터, 사회복지사에 이어 평생교육사 자격증은 물론 켈리그라피와 자수. 도시농업에도 도전 중이다. 일하는 현장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고 세상이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말하는 김수환 매니저를 현장 인터뷰했다.

-전업 주부로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는.

“결혼하고 안산에 정착해 살면서 딸과 아들을 두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 10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아들이 지적 1급 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돕기 위해 내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장애 아들을 데리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제일 먼저 꿈의교회 드림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딴 것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된 동기다.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후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한국마사회, (사)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가 함께 장애인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조코치로 활동하는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현재의 출발점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한 시기는.

“바리스타 공부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꿈의교회 드림평생교육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처음으로 땄다. 내친 김에 계속 도전해 사단법인 한국커피협회에서 부여하는 1급 자격증까지 갖게 됐다.

바리스타로 시작했지만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어 커피지도사 1급 자격도 취득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커피에 대해 계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발달 장애인들의 일터인 ‘나는카페 안산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나는카페’는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 ‘(사)장애청년 꿈을 잡고’가 발달장애 청년 바리스타를 위해 내가(I’m) 주인인 삶을 개척하도록 돕고 꿈을 향해 나는(Flying) 기회를 제공하는 일터다.

경기도 지역에 현재 15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카페 안산점’은 1호점이다. ‘나는카페’의 출발점으로 의미가 있는 매장이다. 2012년 11월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와 한국마사회, (사)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에서 보조코치로 활동했던 인연으로 개점 3년이 지난 후 2015년 11월 매니저로 입사했다.”

-‘나는카페’의 시초인 안산점이 폐점위기까지 갔었다고 들었다.

“카페 장소가 안산시평생학습관내에 위치해 있고 발달장애인들이 서비스하는 매장이다 보니 고객들의 선입관과 운영방식 등에서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카페’의 시발점인 안산점을 되살리려는 본사의 노력과 바깥세상에서 일을 하려는 저와 여건이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3년 동안 겪어 온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격을 저렴하게 바꾸고 메뉴를 단순화하는 한편 가격 대비 맛을 높였더니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고객 위주 서비스와 함께 발달 장애인을 돕는 사회공헌 매장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완전하게 살아났다.”

-발달장애 청년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힘겹지 않은지.

“한마디로 힘겹다. 입사 후 한 달은 너무 힘들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들은 그렇지 않는 청년들과 다르다. 소통은 되지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초점이 빚나가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이 레시피에서 벗어나는 음료를 주문할 경우 발달장애 때문에 유연성 있게 대처를 잘 못한다. 하지만 저도 지적 1급 장애 아들이 있다. 이들을 부모 마음으로 대하니 해결되더라.

발달장애인들은 머리보다 몸으로 반응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구체적으로 레시피를 알려줘야 한다. 주문받을 때마다 계량도 직접 확인해주는 수고로움을 더하면 만사형통이다.”

-‘나는카페’가 안산시평생학습관 안에 위치해 있다.

“‘나는카페’는 발달장애 청년들이 직업을 갖고 사회 일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설립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개설된 카페다.

평생학습관은 수많은 학습자와 다양한 강사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이들을 통한 정보공유는 물론 고객들도 발달장애 청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깨우치게 되기도 한다. 저도 일하는 공간이지만 많이 배운다.”

-‘나는카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평생학습관 행사에 필요하거나 인문학살롱이나 작은음악회 등을 위해 공간을 원할 경우 기꺼이 제공한다.

카페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 아닌가.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해 사회가 공공시설물을 제공해 줬듯이 ‘나는카페’도 거꾸로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이 즐거운가.

“전업주부로 집안에 갇혀 있다가 바깥세상으로 나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나는카페 안산점’ 공간이 내 공간이고, 내 일이고,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다 보니까 행복하고 즐겁다.

때로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발달 장애를 가진 청년들에게 거꾸로 배우면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일한다. 최근 많이 깨달았다. 단칸방에 살아도 마음이 편한 게 최고다.”

-자녀 중에 몸이 불편한 아이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적 1급 장애를 갖고 있다. 15살 된 아들이다. 현재도 대소변을 가려줘야 할 정도다. 장애 아들의 부모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제 삶의 목표는 장애 아들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자녀라고 숨기지 않고 오히려 오픈한다.

동네 슈퍼에도 데리고 다니고 얼굴도 적극 알린다. 아이 얼굴을 알면 혹시 길을 잃었을 때 마을 주민들이 챙겨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애아 부모로서 사회의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장애 아들을 키우다 보니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전업 주부 시절 피눈물을 흘렸다.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업어 키웠다.

바깥 외출 시 택시 타는 일 조차도 매우 힘들었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면서 기사들에게 모욕감과 수모도 많이 겪었다.

편견 때문이다.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 걸어 다닐 수 있고 밥을 잘 먹을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며 산다. 이제는 이들을 보며 오히려 많이 배운다.

장애 청년들이 성인기나 노년기가 됐을 때 갈 곳이 없다. 특히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 시설이나 기관이 없다. 사회가 장애인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들은 사회가 같이 키우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리스타에 이어 커피지도사, 사회복지사도 모자라 평생교육사 자격증 도전에 나섰다.

“엄마로서 아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되어 뿌듯하다. 끊임없는 평생학습만이 미래이자 희망이다.

현재까지는 제가 설 수 있는 자격증 도전에 나섰지만 이제부터는 장애 아들이 할 수 있고 원하는 분야는 뭐든지 도전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이나 후원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전 국민이 촛불집회를 할 당시 장애 아들과 같이 광화문까지 가서 참여하기도 했다.

바깥세상에 나오면서 1년 정도는 직접 활동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직접 참여는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는 약간의 후원 활동만 하고 있다. 안산새사회연대 일:다와 사동 청소년 공간 열정 99도씨 등을 후원하고 있다.”

-해피 바이러스 전파자로 주변 칭찬이 많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지수를 누가 올려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행복지수를 높여 나가려고 노력할 때 이뤄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행복을 만들고 즐기려고 노력하게 된다.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하려고 마음먹으니까 모든 것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접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게 됐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일을 하면서 바깥세상을 알게 됐다. 예전에는 장애 아들을 키우면서 저만 힘든 줄 알았다. 뒷방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세상을 알게 되니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더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니 지금 현재를 즐기고 최선을 다해서 산다.

지금이 중요하다. 인생 슬로건이 ‘오늘만 잘 살자’다. 매일 최선을 다하면 세상에서 못 이룰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작고하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신 말이 있다.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다. 매일 같이 부지런하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매일 돌아오는 하루가 중요하다. 누구나 하루에 주어지는 시간은 8만6천400초다. 하루에 주어지는 이 시간을 사용 안하면 그냥 사라진다.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평생학습 배움은 어디까지 계속되는가.

“어디까지라는 한계는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 제 삶의 목표는 아들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이 관심 있는 분야는 모두 함께 하고 같이 배울 것이다. 현재도 아들과 같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켈리그라피와 자수, 도시농업 외에도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배워 나갈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외에 또 다른 꿈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보다 따뜻하다. 제 자식이 장애인임에도 주변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공방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다. 장애 아들과 주변 사람들이 소소한 정을 나누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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