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
  • 안산뉴스
  • 승인 2021.04.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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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학연구원 학술연구센터 소장

정치란 한정된 자원에서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채우려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조정하는 행위이고, 정책과 법은 이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이 집행과정에서 공정·공평이 도외시 되어 공공정책의 이득을 ‘소수’가 독점하게 되면 역사적으로 언제나 민중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에 필자는 4.7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여론조사 수치를 보며 정치와 민심을 재고해 본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탄생은 박근혜 정부 국정논단의 산물이었다. 국민의 촛불시위로 위임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기대를 안고 화려하게 등장했건만, 국민은 정권 후기 서울·부산시장 성추행으로 인한 4.7보궐선거에서 과거 촛불시위보다 더한 배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 실망감은 일자리 정책에서부터 시작한다. 문대통령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천명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 입시부정에서 나타난 기회 불평등의 충격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편의점 아르바이트 기회마저 사라지고, 25번의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평생 내 집 갖기는 묘연해졌으며, 오히려 부동산 투기에 합류하지 않은 자신만 벼락거지가 돼 버린 현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정부의 의도성보다는 무능으로 인한 정책실패라 애써 이해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권한을 위임한 자신을 탓하며 불안과 불만을 감내하고 있는데, 고급정보를 사익으로 악용한 공무원의 L.H사태가 터지더니, 임대차법 시행 직전에 임대료 14% 인상한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전·월세 상한제를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의원은 법 통과 전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9% 인상하며 거짓과 위선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2030의 표심이 공정의 아젠다로서 오세훈 후보의 지지와 변화로 두드러진다. 이들의 판단은 순수하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공정·공평의 룰에서 정의롭게 경쟁하면 기회의 사다리가 있는지 즉, 정치가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가 기준이다. 이들에게 이념은 중요치 않다. 당장 이 현실을 살아내야만 한다. 때문에 그들은 실용적이며 합리적 선택을 한다. 국민의힘을 신뢰하기엔 아직은 미심쩍지만 민주당에게 배신당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오세훈 후보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또 보궐선거가 교두보가 되어 정권교체로 새로운 세상을 기대한다. 공정과 공평 그리고 정의로운 세상 말이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패한 안철수 후보는 최근 정치권에서 보기 힘든 일성으로 자평했다.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 이 기사를 본 순간 기분 좋은 탄성이 나왔다. “아 이렇게 깔끔한 인정을!” 바로 이 워딩의 뉘앙스에서 받는 느낌이 ‘경선 룰이 공정 했구나’ 갑의 위치에서 집행한 국민의힘의 공정성이 예측되었다. 오세훈 후보의 유쾌한 승리에서 깔끔히 인정한 안철수 후보야 말로 멋진 패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국의 정치문화도 변하려나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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