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필요한 노동법’
‘청년에게 필요한 노동법’
  • 안산뉴스
  • 승인 2021.04.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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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안산청년행동더함 사무국장

괴롭힘 방지법은 청년들에게 막 시작해 어색한 노동 생활에 마른 단비와 같은 법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 막내라서 어쩔 수 없이 이겨내야 할 것, 몇 달간 용돈 또는 생활비를 벌기위해 일하는 곳이라 그냥 참고 넘기는 것으로 생각해 지나치던 직장 상사와 사업주의 괴롭힘을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서 청년들의 생각과 다르게 괴롭힘 방지법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저 있지만 쓸모없는 법이 되었다.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는 직장인 63% “당해도 참는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무색’,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지났지만…아직 현실은...이란 기사를 등을 냈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괴롭힘 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내가 다니는 단체에도 몇 달 전 한 청년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주었다. 유명한 미술관에서 전시 안내를 하는 청년이었다. 그곳에 일하는 전시 안내 노동자들은 일하는 중 언제나 cctv를 통해 직장 상사의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도 잠시 몸이라도 풀려고 자세를 바꾸는 모습을 보이면 귀에 끼고 있던 무전기를 통해서 어김없이 상사는 “ㅇㅇㅇ 똑바로 서있어”라는 소리를 포함해 폭언을 날렸다. 귀에 끼는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상사의 목소리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들을 수 있는 무전기이다.

언제나 서 있는 일의 특성상 관람객이 없는 잠깐의 시간동안 몸을 푸는 행동이 모든 동료가 듣는 자리에서 지적을 들어야 하는 일인가? 하물며 폭언은 어떠한 이유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노동은 우리의 인격을 판매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노동력 안에는 수치심과 폭언 등의 인격적 괴로움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그 연령대는 그럴 수 있다”는 근로감독관의 말은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모 프로그램에 나왔던 인턴관련 개그에 나왔듯이 아프면 환자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이지 청춘의 열정과 강인함이 아니다. 괴롭힘 방지법은 괴롭힘을 방지하고 막는 법이지 이겨내라는 법이 아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20대의 53.9%와 30대의 51.2%의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교적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일반사원급의 49%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부분 청년들이 지금도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참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익산의 한 공장의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익산의 노동자 자살 사건은 고용노동부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1호 특별 감독한다고 했다.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1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4천여 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갔다. 하지만 근로감독을 실행한 건수는 1%로도 아닌 0.4%로 15건으로 처참한 수치이다. 괴롭힘 방지법을 손 놓고 방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괴롭힘 방지법이 있지만 한 청년 노동자가 자살했다. 대다수 청년들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들의 손을 잡아 줘야 할 노동부는 손을 놓고 지켜보고만 있다. 신고를 해도 사업장의 책임으로 떠밀기만 하던지 참으라고만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방지란 참으라는 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치도 아니다. 확실하고 명확한 방지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그 누구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 또는 가까운 공간에서 일하는 걸 상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를 지은 사람이 아무런 죄 값을 받지 않는 상황을 상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상식적인 조치와 처벌을 원한다. 국회는 괴롭힘 방지법에 처벌 조항과 명확한 조치가 들어간 법을 개정해야하고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청년에게는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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