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시작
  • 안산뉴스
  • 승인 2019.01.09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마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약 5년 전의 일이니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그 전에는 주민센터하면 서류 떼러 가는 곳 정도였고 1년에 한두 번 가는 것이 전부였다.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고 어떤 사람들로 구성이 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인 중에 주민자치위원을 하는 분이 계셨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생겨 신청하게 됐다.

처음 위원이 되면서 들은 이야기는 마을의 선임단체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마을에는 다양한 직능단체들이 있고 각자 역할이 있는데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위원회라는 것이 생각보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별다른 사업도 없다는 것에 조금 놀랐고 친목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한다고 했지! 이것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그런데, 한번 부딪혀보자 마음을 먹고 나서는 “백수가 과로사한다” 할 만큼 열심히 마을 일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도 받았고 전국에서 우리 동네를 배우고 싶어 하는 단체들의 발길이 1년 내내 이어졌다. 시간이 참 빠르다. 엊그제 봄이었고 110년 만에 최고로 무더웠던 여름이었는데 또다시 해가 바뀌고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필자가 염세주의자는 아니지만 시간이 너무 빨라 조금 허망하고 허전한 마음이 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보람도 있지만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관계가 그렇다. 명예가 생기는 것도,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고, 배고픈 것은 10일이고 20일이고 참겠는데 배 아픈 것은 못 참겠다는 듯 건건이 발목을 잡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해하고 대화했어야 하는데 일부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행정을 보조하고 행정복지센터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정도의 권한이 있다. 하지만 자치위원회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자치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조건에서 일동의 자치 실험은 놀랍고 주목할 만하다. 연 초부터 시작한 이중주차 개선 노란풍선 캠페인에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학교 운영위, 통장협의회 등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동네반딧불도 자발적으로 모인 4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 곳곳을 모니터하고 개선해 나감은 물론 안전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쉽지 않은 일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정원만들기는 주민들의 참여가 만들어낸 환상의 하모니라 표현하고 싶다.

시작부터 주민들이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혜를 모았고 전 과정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서 풍성한 결과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흐뭇한 사연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디자인대학을 열면서 최소 수차례에서 수 십 차례 모여 체육문화센터, 마을활력소를 만들고 마을사용설명서를 만들어내는데 의견을 더하고 같이 고민했다. 열심히 참여하는 주민들의 목표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드시 반영되는 것’이다.

행정에서는 사례가 없어서 곤란하다고 하지만 좋은 사례를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는 1년 내내 만나고, 수다 떨고, 일을 만들었으며 이런 1년의 과정을 책에 담아 기록으로 남겨 읽고 나누며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일동의 ‘그들만의 자치’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장미꽃을 피워 낸 멋진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사실, 지원이 많은 다른 지역처럼 밀어 주고 제도를 만들어 주는 곳이 부러울 만도 하지만 안산시도 주민자치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시범 동을 준비하는 등 튼실한 출발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먼저 가고 나중에 가는 시기의 문제인 만큼 잘 준비하고 뒤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제나 시작은 설레임을 준다. 주민이 만들어가는 자치분권의 원년이 시작됐다. 민관이 협력해 만드는 최고의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