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원광대 다도학과 교수
김은희 원광대 다도학과 교수
  • 서정훈 기자
  • 승인 2019.01.0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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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좋은 인성에서 나옵니다”

현관이 열리자 한국 여인의 손길로 가꾼 집안의 풍경이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화초와 주방을 가득 채운 그릇에서는 자주 손님을 치르는 종가집 느낌이 물씬 난다. 방 하나에는 10여명이 앉을 좌식 테이블에 방석이 놓여 있고, 언제든 차를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 “외국손님들이 한국체험을 할 수 있는 방이에요. 농어촌공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인데 한복을 입어보고 한식 음식과 차를 마시죠. 저는 병풍을 치고 가야금 연주를 외국 사람들도 아는 아리랑을 하죠.”

연임으로 4년간 재직했던 안산시행복예절관장을 5개월 전 내려놓은 김은희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예문화와 다도학과 교수.

안산시장이 바뀌는 시기에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것이지만 아차 했으면 연임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물었다. “사람관계가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내려놓으니 참 편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한다. 좀 더 해보고 싶지는 않았느냐고 물으니 “4년 동안 행복예절관을 활성화 시켰다고 생각하는 지역사회 어른들께서 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도 하셨지만 4년간 열정을 다 쏟았으니 내려놓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동안 쭉 해온 대학원생 강의를 더 열심히 하고 새로운 역량 강화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을 계획했던 김은희 교수. 역량강화를 위한 공부에서는 목표를 130% 달성했다며 즐거워한다. 강의를 잘하기 위해 6개월간 10개 자격증을 따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13개나 땄다며 웃는다.

고려대 최고위과정 수료, 기업 강의, 평생교육, 스피치, 레크레이션, 웃음치료, 리더십 스피치, 노인 심리 교육, 다문화 심리 교육, 파워포인트, 이미지 메이킹, 청소년 지도사 2급 자격증 등이다. 공부를 하면서 강사들로부터 명강사 능력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한다. “명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했어요.” 앞으로 기업 강의와 주어진 대학원 강의에서 명강사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김은희 교수가 열정적으로 공부한 이유다.

안산시행복예절관장 시절 기억나는 일로 ‘가족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전통문화관광사업’을 의미있게 여기는 김은희 교수. 가족문화체험 프로그램은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한복을 입고 차를 마시며 추억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한주에 7~8가정이 참여했어요. 처음에는 아버지들이 참여를 안했죠. 밖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는 아빠들이 참여하더군요”

전통문화관광사업은 외국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다도체험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으로 예절지도사들의 일자리 창출이 되었고,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기뻐한다. 줄 서는 문화가 없던 외국 사람들이 이 사업을 체험하고 나더니 어디를 가든 줄을 섰단다. “중국의 한 지자체에서는 이 사업을 촬영해 홍보하기도 했어요.”

김은희 교수가 전공으로 예를 공부하고 평생을 예 관련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친정과 시댁에서 자연스럽게 예가 삶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한복을 입고 생활하신 어머니는 장이 서는 날이면 친척들이 집에 자주 많이 찾아오셨는데 식사 대접을 정성스럽게 하셨다.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께서는 자식들이 출퇴근할 때와 동네 어른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것을 중요하게 가르치셨다.

“아버지께서 49살에 돌아가셨는데 고생하시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아빠 없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조심했죠.” 게다가 시댁은 안동 권씨 종가댁으로 4대 제사를 지낸다. 사람을 배려하고 예가 가풍인 가정에서 7남매 중 막내였던 김 교수는 아들이 결혼할 때 붓글씨로 직접 혼서지(婚書紙)를 신부 댁에 보내기 위해 서예를 하게 됐고, 차는 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안동에서 살다 37살에 안산으로 오면서 성균관 여성유도회 명덕학당에서 예절과 다도를 배운 후 원광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부터 석사과정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이 주최하는 세계차문화축제 대한민국 차인대회(茶人大會)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한국 근현대 중흥조로 평가받는 효당 최범술 스님의 업적을 기리고 뜻을 이어가며 우리나라 차문화의 효시로 불리는 ‘반야로 차도문화원’ 채원화 전 원장으로부터 차호인 ‘윤서(胤瑞 아름다움을 이어가라)’를 받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김은희 교수.

김 교수는 공저인 ‘한국 근현대 차인물 연구’에서 효당 최범술 스님, 선(禪)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차(禪茶)의 달인으로 불리는 반야로차도문화원 채원화 원장, 1950년대 초기 여성 아나운서이자 전통예절교육기관 ‘예지원’ 강영숙 원장 등 한국 차문화를 대표하는 인물 3명을 집필했다.

김은희 교수는 ‘인성으로 행복을 그리다’라는 책도 공저했다. 이 책에 소개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김 교수는 안동에 살 때 명문 유치원에 보내려고 이틀 밤을 새우고 시험공부를 같이 하고 바이올린과 플롯 학원을 보내는 극성 엄마였다. 그러다 아들이 10살 때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학원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알아보니 축구를 하느라 학원에 안간 것이었다. 김 교수는 그 날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만큼은 강조해 키웠다. 육하원칙으로 일기를 쓰고 제대로 인사하는 것이다. “학교 갈 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때 까지 계속 시켰죠.” 그렇게 자란 큰 아들은 해병대를 나와 소방관이 돼 119 구조대로 안산에서 근무하고 고등학교까지 미술을 했던 둘째 아들은 쉐프가 돼 미술과 음식을 접목해 자기 음식집을 안산에서 하고 있어요. “요즘 우리 집은 히히덕 거리며 지내죠. 그러면서 이게 행복인가 보다라고 생각하죠.”

김 교수는 곧 정년퇴임 할 남편과의 노후를 위해 ‘마음이 머무는 산방’ 청운윤서지처끽다거(淸雲胤瑞之處喫茶去 청운과 윤서가 머무는 곳 차 한 잔 마시고 가세요)이라는 농장을 가꾸고 있다.

농장 이름대로 누구라도 와서 마음 편히 머물다 차 한 잔 마시고 가라는 김은희 교수 부부가 주말이면 장갑도 안 끼고 농장을 가꾸면서 찾아오는 분들을 대접하며 지낸다. 명예나 돈 보다 가족들 건강하고 하는 일에 만족하며 인상 쓰지 않고 히히덕거리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김은희 교수를 보노라니 조만간 귀촌할 생각으로 바쁜 기자의 희희낙락할 앞날이 그려져 행복한 인터뷰가 됐다.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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