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세대’ 말고 ‘깨인세대’
‘끼인세대’ 말고 ‘깨인세대’
  • 안산뉴스
  • 승인 2019.0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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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미 안산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

“학교 다닐 때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쓸데없는데 관심 갖지 말고 공부에만 전
념 하라고 해요. 그래놓고 요즘 애들은 왜 투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청년들을 욕해요.
누가 우리에게 제대로 투표하라고 가르쳐 준 적 있나요?”

단지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한 살 먹었을 뿐인데, 스무 살이 되면 무조건 선거권이 주어진
다. 그러곤 곧바로 우리는 이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하지만
학교나 사회 그 누구도 이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삶과 의무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하고 싶은 것 다 해라’하던 부모님 말씀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됐다. 대학에 간 다음엔 취업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취업이 된다한들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열정페
이’에 대한 강요, 인턴, 비정규직, 계약직 등 안정된 직장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 버렸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혼밥, 혼술, 1인 코인노래방’ 등. 스무 살들은 함께하는 활동보다 혼자 하는 활동을 선호하
는 시대를 살고 있다. 취업 관문 통과를 위해 대학생활 속 친구들은 경쟁의 상대가 되고 ‘동
아리나 단체 활동’보다는 ‘개별적 스펙 쌓기’가 더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의 이야기
를 터놓고 말 할 곳이 없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최근 태안화력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님 역시 스물셋. 이제 막 어른의 경계에 들어선 나이였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그들에게 내일은 없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면서계약서도 쓰지 않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휴수당은 언감생심이다. 일할 때는 계약서를써야한다는 것,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면 부당노동행위라는 것, 주휴수당이 있다는 것 등 예비노동자로서의 삶을 어느 곳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청소년과 청년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아졌지만, 우리 사회는 그것을 통제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 사회구조적 모순에 대해 인식하고 사회참여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어디서도 배울 수 없다.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끼인세대’ 스무 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갑자기 사회에 놓여 진 스무 살들은 무척 당혹스럽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도 못한 채 학교를 졸업했고 역사, 노동, 인권, 정치 등 시민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권리나 의무에 대해서도 배운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주는 ‘스무살학교’. 지난 2017년부터 어른으로 들어선 스무 살들이 자신의 삶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써의 삶을 제대로 알아가게 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교육들을 학교 밖에서 하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SKY캐슬’에서 곤경에 처해있는 친구를 걱정하는 아들에게 하는 아
버지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우정, 의리 뭐 그런 게 아니야. 니들
위치야!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피라미드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우리 한국사회의 경쟁위주 입시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어른으로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입시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민주시민으로써의 삶을 살 수 있
게 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야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끼여
당황하고 흔들리는 ‘끼인세대’가 아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아갈 수 있는 깨어 있
는 민주시민인 ‘깨인세대’로써 스무 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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