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고민하는 도시재생을 바란다
공동체를 고민하는 도시재생을 바란다
  • 안산뉴스
  • 승인 2019.0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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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필자가 마을에 대해 두루 공부하고 관련 책자를 접하면서 많은 기대와 함께 고민도 늘었다. 동네로 보면 주민자치의 원년이 될 거라는 희망과 함께 주민역량 강화, 주민의 뜻이 반영된 조례가 만들어져 신바람 나는 삶을 누려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옛날, 이웃집에 마실 가고 밤이 멎도록 웃고 떠들던 시골 같은 정서가 그립고 시리다.

시골이란 사전적 의미로,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을 말하며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되어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을 이른다. 최근, 뉴타운과 도시재생에 대해 살펴보다가 느끼는 바가 있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서 말한 대로 인공적인 개발이라면 과거,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치인이 유권자를 현혹한 나쁜 사례가 있다.

서울시, 경기도처럼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지역마다 차별을 둔 개발로 인한 불균형, 삭막한 도시환경을 바꿔보기 위해 재개발이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분당이나 일산 등의 신도시가 그런 목표를 두고 개발되었으나 외부의 도움이나 교류 없이 혼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족 기능 확보에 실패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시도 683곳이 재개발, 재건축을 신청했으나 377곳이 전면 중단되면서 노후한 건물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어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도 적어 집값 상승만 부추기며 도시가 슬럼화되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일동은 아파트가 한 채도 없어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동네가 사라지고 이웃이 떠나는 심각한 도시를 지켜보면서 마을공동체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최근 광풍처럼 불고 있는 바람 중에 도시재생(뉴딜)이 있다. 도시재생은 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는 재건축, 재개발의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사업 대상지 절반 이상이 1천 가구 이하의 소규모 지역으로 ‘동네 살리기’를 목표로 추진된다. N분의 1로 나눠도 1곳 당 1천억 원이니 가히 천문학적이다.

안산도 월피동이 포함됐다.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을 독(毒)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이 문제다. 정부는 투기가 과열되면 후보 지역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과연 50조 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끌어 온다는 계획인데 2~3년 안에 가능한지 우려하는 시선이 짙다. 원주민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정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바라기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핵심인, 주민들 간의 소통과 합의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 정부에서 표명한 대로 주거복지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반대로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이 집중되어 밀려나는 원주민들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원주민의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고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개발되는 과정에 비용이 상승하는 문제로 재정착 못하는 비율이 높다는 보도를 많이 접하다 보니 심히 우려가 된다.

다행히 월피동은 다양한 주민조직들이 있고 활동가와 열정이 있는 동네다. 조금 더디더라도 이렇게 역량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여 앞서 말씀드린 우려들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는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례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또한, 공동체들이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 성공의 모델을 만들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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