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우스와 오르페우스
오딧세우스와 오르페우스
  • 안산뉴스
  • 승인 2019.01.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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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웍 회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Seiren)은 매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지닌 님프들이다. 이들은 원래 여인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가진 존재로 중세 이후로는 종종 인어의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그녀들이 하는 일이란 배를 타고 지나가는 선원들을 향해 노래를 불러 유혹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신비로운 노래에 홀린 선원들은 뱃머리를 세이렌의 섬 쪽으로 돌렸다가 배가 난파되어 목숨을 잃거나 또는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한다.

세이렌은 세계적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로고에 왕관을 쓴 여인으로 형상화 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스타벅스가 항구도시인 시애틀을 기반으로 시작했기에 세이렌을 로고에 담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자신들이 제공하는 커피의 유혹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을 암시하려 했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세이렌의 유혹을 극복한 사람이 둘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오딧세우스이고 다른 하나가 오르페우스이다. 오딧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만들어 성 안에 집어넣어 10년에 걸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세이렌의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 받았지만 너무나 그 노래가 듣고 싶어 자신의 몸을 돛 기둥에 묶고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듣지 말라고 지시하고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봉해버린다.

그리고 세이렌이 있는 해협에 도달했을 때 오딧세우스는 들려오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마음이 녹아내려 부하들을 향해 배를 섬으로 향하라고 소리치지만 귀를 밀랍으로 막은 부하들은 사전에 오딧세우스가 명한 대로 오직 앞만 바라보고 노를 저어 배가 난파당하는 것을 피할 수가 있었다.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낸 또 한사람 오르페우스는 아폴론과 악예의 여신인 칼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음유시인으로 리라의 명수였다. 그의 노래와 리라 연주는 초목과 짐승들까지도 감동시켰다고 전해진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리라를 꺼내 연주하면서 세이렌의 노래에 맞불을 놓게 되는데, 배 안의 사람들은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매혹되어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무시하게 되고 덕분에 무사하게 해협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세이렌의 유혹을 극복하고 배를 난파하지 않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와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원한 오딧세우스와 오르페우스의 행태를 리더십의 두 전형으로 생각해본다. 오딧세우스로 대표되는 리더십은 한마디로 ‘나를 따르라’ 형이다. 이런 리더십은 지난 우리나라의 앞 세대 지도자들이 추구했던 형이다.

강력한 돌파력을 지니고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임으로써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지도자의 판단과 계획이 잘못되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고 설혹 역경 극복 과정에서 조직원 개개인의 개성은 존중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오르페우스가 보여준 모습은 소위 ‘서번트 리더십’이라 불리는 감화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 지시보다는 의논을 통한 집단 지성으로, 책망과 질책보다는 응원과 격려로,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아닌 인격으로 조직원의 자발적 순종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의 모형이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 현대의 조직원들에게 적합한 리더십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역경 앞에서 힘을 응집시키지 못하고 자칫 표류할 수도 있는 위험성도 지닌 리더십이라 하겠다.

금년 한해도 작년만큼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수많은 일들이 우리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안산시청 앞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어떤 이는 목에 팻말을 걸고, 혹 어떤 이는 확성기를 들고 자신의 주장을 외치고 있다.

2019년의 안산 시정 역시 분주할 것이라 여겨진다. 과연 집무 2년차로 접어드는 안산 시정은 어떤 형태의 리더십으로 금년 한해 안산의 산적한 문제들을 헤쳐 나갈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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