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긴 호흡으로
  • 안산뉴스
  • 승인 2019.02.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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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철 협동조합 우리동네연구소 퍼즐 이사장

호흡이 잘 맞는다는 표현이 있다.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팀플레이라고 표현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 해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고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왔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모임의 구성원이 되어 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이 있었다.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은 조직의 입장으로 볼 때 좋지 않은 신호다. 그런데 호흡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구성원을 소외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마을은 더욱 그렇다. 운동선수처럼 후보가 되어 자리를 지키게 한다거나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행인1·2의 역할을 주는 시스템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중요한 것은 마을에는 주인공과 조연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구분하자면 맡은 역할이 조금 다르다고나 할까!

필자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호흡에 대한 공부는 필수였다. 호흡이 길어지는 연습부터 효과적인 사용, 그리고 분배까지 몇 십 년을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깨의 사용에 따라 복식 호흡과 흉식 호흡까지의 체계적인 사용법을 꿰고 있다.

노래를 잘하는데 가장 중요한 호흡은 마치 자동차의 기름과 같다. 기름이 없으면 달릴 수 없고 유사 기름을 사용하면 효율이 떨어지듯 노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라톤을 완주 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긴 호흡이다. 팬츠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며 호흡을 조절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어깨가 올라가면 적은 양의 호흡만 저장되는 흉식 호흡이 되어 효과적인 조절이 힘들다. 하지만 어깨를 내리고 큰 호흡을 하면 많은 양의 호흡이 저장되는 복식 호흡이 되어 몇 번의 호흡만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긴 호흡. 이것이 마을과 만나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된다. 마을 일을 하다 보면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감정을 드러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갈등과 분란이 생긴다. 그런 때일수록 호흡을 조절하고 많은 양의 호흡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흡을 길게 하는 동안 생각도 더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노력도 더 할 수 있다. 마을도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한 팀이다. 호흡을 잘하면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좋은 호흡을 위한 과정도 필요하다.

필자가 평소, 마을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키워드가 몇 개 있는데 그중 첫째가 화합이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조금만 이해의 폭을 넓혀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음은 기다림인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같이 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다. 몇몇 일하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무대보다는 같이 갈 주민들과 함께 가는 것이 훨씬 의미가 크다.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주민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조금 투박할지 모르나 그것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또 하나는 참여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하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열심히 공유해 줘야 한다. 몰라서 참여하지 못했다는 주민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활기 있는 마을은 다양한 주민들의 장(場)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안에서 누구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역할을 부여해 주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필자가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이웃이자 동료로부터 긴 호흡을 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일하다 보면 자칫 소홀하게 되는 관계나 감정선에 대한 고마운 조언이다. 최근 들어 할 일이 많아지고 책임도 그만큼 커지면서 스스로 되뇌는 주문도 긴 호흡이다. 더 길게 생각하고 좋은 노래를 부를 기술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지 싶다. 앞으로도 어려움을 만나겠지만 그때마다 긴 호흡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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