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속의 토끼
잠수함 속의 토끼
  • 안산뉴스
  • 승인 2019.02.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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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석 (안산시독서동아리네트웍 회장)

중국 춘추시대에 오나라의 합려는 월나라 구천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후 부상을 당해 결국 죽게 된다. 이에 합려의 아들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며 자신이 드나들 때 마다 신하들로 하여금 부차야, 구천이 네 아버지를 죽인 것을 잊지 말거라라고 외치게 했다고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이야기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오의 부차는 월의 구천을 크게 패퇴시킨 후 사로잡아 자신의 말을 지키는 종으로 삼아 아버지 합려의 복수를 하는 동시에 당시 춘추시대의 패자로 등극하게 된다. 이때 부차의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운 일등 공신이 오자서란 인물이었다.

패자가 된 후 부차는 승리에 대한 도취감 속에서 차츰 변해가기 시작하는데 복수를 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부차의 행동에 대해 직언과 조언을 아끼지 않던 오자서가 점차 귀찮아지게 된다. 그리하여 오자서를 시기하여 그에 대해 온갖 중상모략, 즉 가짜 뉴스를 속삭이던 중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 끝내는 오자서를 죽이고 만다. 이렇듯 오의 부차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이 흔들릴 때 마다 이를 알아채어 그를 다시 북돋아주며 가야할 길을 제시하던 오자서라는 바로미터를 잃었을 때 그의 미래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결국 오의 부차는 쓸개를 핧으며 때를 기다리던 월의 구천에 의해 목숨을 잃고 결국 오나라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고속버스를 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서히 잠이 들게 마련이다. 이는 비좁은 차안이 사람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로 차면서 산소 부족 때문에 오는 현상 때문이다. 그래서 잠수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승무원들은 잠수함에 살아있는 토끼를 데리고 탔다고 한다. 토끼는 산소에 민감한 동물이라서 잠수함 내에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토끼는 바로 반응을 보이게 되고 승무원들은 이런 토끼의 행동을 보고 산소를 보충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토끼가 잠수함의 산소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듯이 한 사회의 건강성을 탐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부여받은 자가 종교인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종교인에 대해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 종교인은 부와 권력의 달콤한 열매를 포기하고 낮고 낮은 곳에 자신의 인생을 던진 이들이라는 기본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목소리에 대해 적어도 그것이 자신들의 이기적 욕심에서 나온 소리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 속에 사회가 붙들고 나아가야 할 화두로 삼는데 인색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수환 추기경, 성철 스님, 그리고 한경직 목사가 소천했을 때 사람들은 시대의 사표를, 즉 바로미터를 잃은 것에 대해 얼마나 안타까워했던가.

그런데 이렇게 한 사회가 건강한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의 종교인들이 요즈음에는 오히려 이 사회를 더욱 혼탁하고 병들게 만드는 주역을 종종 수행하는 것 같아 허탈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세상을 두 쪽으로 갈라지게 만들어 거리를 반목과 증오의 고함으로 뒤덮게 만드는 가짜 뉴스 대부분의 주된 생산지가 종교인들이란 점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잠수함 내 토끼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토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두말할 필요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되어 승무원들에게 한 끼의 식사로 제공되고 말 것이다. 종교인이 지금처럼 자기 갱신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눈멀어 추악한 가짜 뉴스의 생산자로 기능할 때 사찰은 하나의 관광지로 변해갈 것이고 교회는 더욱 더 가나안성도(개신교에 실망하여 교회를 나가지 않는 신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안나가를 반대로 한 말)를 양산하여 결국 교회는 결혼식장으로, 목사는 전문 주례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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